체중감량제로 살도 빼고 임신되고! …약 부작용은 없나?

‘오젬픽 베이비’ 늘고 있지만 임신하면 복용 중단해야

체중 감량제 복용 후 임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오젬픽 베이비’라고 부른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난임 여성들이 체중 감량제 복용 후 임신하는 사례가 속속 늘어나면서 ‘오젬픽 베이비’로 불리는 아기들이 많이 태어나고 있지만 임신한 뒤에는 약 복용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CNN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앨라배마주 스틸에 사는 벤틀리 부부는 2년 넘게 아기를 갖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내인 카테라(25)가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 병력이 있어 임신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로 인해 우울감에 시달리던 카테라는 2022년 10월부터 체중감량을 위해 마운자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몇 달 만에 18㎏ 감량에 성공했고 다낭성 난소 증후군으로 인해 불규칙하던 생리주기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와 더불어 뜻밖에도 임신에 성공했다. 마운자로를 복용한지 5개월째였다. 눈물을 흘릴 만큼 기뻤지만 예상치 못한 임신이라 혹여 부작용은 없을까 걱정됐다.

이런 걱정을 하는 여성은 카레타 혼자만이 아니다. 이미 소셜 미디어에는 ‘오젬픽 아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여성들이 많다. 임신의 기쁨만큼이나 체중 감량제가 임신한 여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없기 때문에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하버드대 의대의 조디 두샤이 교수(내분비학 및 신진대사)는 “태아가 (체중 감량제에) 노출됐을 때의 영향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처방 정보에 명시된 대로 임신을 시도하기 두 달 전에 이들 약물의 복용 중단을 권고했다.

오젬픽과 마운자로는 인슐린 조절과 식욕에 관여하는 장내 호르몬을 모방해 작용하는 ‘글루카콘 유사 펩티드-1(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이다. 두 제품 모두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된 뒤 체중 감량제로 별도 승인된 쌍둥이 의약품이 있다. 세마글루티드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과 체중 감량제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르디스크의 제품이고 티르제파티드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와 체중 감량제 젭바운드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제품이다.

이들 약물은 임상시험에서 평균적으로 체중의 15~20%를 감량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GLP-1 약의 작용 방식 때문에 임신을 더 많이 유발할 수 있으며 임신 초기에는 사용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피임약 효과 떨어뜨릴 수 있어

GLP-1 연구의 선구자인 캐나다 토론토대 마운트 시나이 병원의 다니엘 드러커 교수는 체중 감소는 일반적으로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나 다른 이유로 생리주기가 불규칙하던 사람들의 배란을 정상화하기에 생식력 증가와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 약물로 체중의 5, 10, 15%를 감량하면 배란이 개선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면서 체중 감량제를 복용하고 몇 달에 걸쳐 체중을 줄인 뒤 여전히 생리를 하지 않는 경우 “임신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운자로와 젭바운드의 처방 정보에는 피임약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경고 문구가 들어가 있다. 드러커 교수는 GLP-1 계열 약물이 음식물이 위를 통과하는 속도를 늦추는 방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포만감을 더 오래 느끼게 할 수 있지만 피임약을 포함한 다른 약물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는 것. 오젬픽과 위고비는 경구 복용 약물의 흡수에 대한 포괄적 경고만 하고 있다.

임신 중 안전성은?

GLP-1 약물이 생식력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임신 중 안전성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노보 노르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임상시험을 할 때 임신 중이거나 임신을 계획 중인 사람을 임상 시험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이는 신약 임상시험의 일반적 관행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정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두샤이 교수는 “이러한 약물을 더 많이 사용할수록 더 많은 여성이 복용하는 동안 임신을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임신 초기 노출 위험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기본적으로 부작용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임신 초기에 산모가 GLP-1 계역 약물을 복용한 아기에 대한 몇 가지 연구에서 우려할 만한 주요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임신 중 위고비의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회사 대변인은 연구가 끝나면 그 결과가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상 시험에 관한 정부 데이터베이스의 한 항목에 따르면 이 연구는 1100명 이상의 참가자를 등록할 계획이며 2027년 여름까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라이 릴리 대변인은 작년 말에 승인된 젭바운드에 대한 임신 등록도 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물실험 결과는 주의해야 할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고 드러커 교수는 지적했다. “동물에게 이러한 약물을 고용량으로 투여하면 쥐와 쥐가 낳은 아기가 작고 때로는 기형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는 아마도 약물이 식욕을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드러커 교수는 “임신한 동물의 에너지 섭취를 제한하면 새끼는 충분한 영양분을 얻지 못해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GLP-1 약물이 태반에서 종종 발견되는 모체에서 태아로 영양분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의 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동물 연구도 지적했다.

이미 다낭성 난소 증후군 치료제로 쓰여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난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가임기 여성의 12%에 영향을 미친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체중과 관련성이 크다. 과체중은 인슐린 과다 분비를 유발하는데 그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 특히 테스토스테론 같은 호르몬 수치가 높아져 배란이 중단되고 불규칙한 생리, 여드름, 과도한 얼굴 털이 생길 수 있다.

치료법은 없지만 체중 감량만으로도 증상이 크게 개선되고 규칙적인 배란과 생리가 재개될 수 있다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아누자 도크라스 교수는 말했다. 생활 습관 변화가 다낭성 난소 증후군에 대한 일차 치료법이지만, 이러한 개입이 성공적이지 않으면 의사는 오젬픽이나 다른 GLP-1 약을 처방할 수 있다는 것.

2023년 국제 다낭성 난소 증후군 가이드라인에서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 성인 환자의 과체중 관리”를 위한 약에 GLP-1 약을 포함시켰다. 미국 콜로라도 아동병원 다낭성 난소 증후군 클리닉의 멜라니 크리 박사는 GLP-1 약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 체중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다낭성 난소 증후군 개선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부인과에서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 환자의 체중이 5% 감소하면 생식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아무런 거부감 없이 처방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있는 사춘기 소녀에 대한 크리 박사의 예비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마글루티드와 저당식은 모두 생리 빈도를 늘이고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며 체중을 감소시켜줬다고 한다. 체중감소 효과는 세마글루티드가 더 뚜렷했다고 한다. 그는 현재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지원을 받아 세마글루티드를 복용하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가진 젊은 여성의 임신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대규모의 장기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마운자로를 복용하던 중 임신한 카테라 벤틀리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약 복용을 중단했다. 하지만 아기를 낳을 때까지 계속 걱정이 됐다. 다행히 그의 딸 아이비는 예정일에 3.3㎏의 건강한 몸무게로 태어났다. 카테라는 아이비가 태어난 지 6주 후부터 다시 마운자로 복용를 시작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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