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최대 화두 AI… 네이버·카카오 서로 다른 접근법
“AI 처리속도 끌어올려야” vs “AI는 수많은 도구 중 하나”
생성형 인공지능(AI)과 거대 언어모델(LLM)의 디지털 헬스케어 적용을 두고 네이버와 카카오헬스케어가 각자의 전략을 내놓았다. 네이버가 짧은 진료 시간 내 정확한 분석이 가능한 AI 모델 개발에 집중한다면 카카오헬스케어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도구의 개발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충청북도가 주관하는 ‘바이오코리아 2024’는 9일 ‘AI·디지털 헬스케어 2024:생성형 인공지능시대’ 세션을 열고 AI 기술 도입을 통한 의료서비스 변화에 대해 논의했다. 의료계·산업계 전문가들이 연자로 나서 의료 혁신을 이끌고 있는 LLM 모델의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
LLM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사전에 학습한 초대형 AI 모델이다. 물리적으로 사람이 분석하거나 검토할 수 없는 데이터를 빠르게 검토해 의료진이 환자 진단에 활용할 수 있는 보조 정보로 가공하는 역할을 한다. 전자의료기록(EMR)을 토대로 파악한 환자의 진료 기록과 약 복용 이력, 진료 상담 간에 오고 가는 대화 등이 LLM으로 가공할 수 있는 데이터의 예시다.
이날 차동철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 의료혁신센터장과 신수용 카카오헬스케어 선행기술연구소장이 나란히 패널로 참석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한 IT 기업들이 각자의 전략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청중의 관심이 모였다.
차 센터장은 “LLM은 분명 효과적인 도구지만, 국내 진료현장 특성상 이를 전방위적으로 쓰기에는 제한이 많다”고 말했다. 의사 한 명이 환자를 대면할 수 있는 시간이 굉장히 제한적인 국내 상급종합병원의 여건을 고려하면 AI 모델에 환자의 정보를 입력하고 분석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환자 한 명을 더 보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것이 차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제한된 진료 시간 내 의료 사고 없이 AI를 통한 분석을 제공하려면 무엇보다 솔루션의 ‘처리 속도’가 빨라야 한다”며 “때문에 의사들에게 LLM을 활용한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권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차 센터장의 분석은 네이버의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의 개발 동향에도 반영됐다. 올해 초 네이버클라우드는 하이퍼클로바X의 의료 분야 진출을 선언하며 △환자 정보 요약 △문서 작성 및 분석 △질병 위험도 평가 △건강관리법 제시 등 의료진의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능을 다수 소개한 바 있다.
차 센터장은 “의료진이 LLM 모델을 사용하는 물리적인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네이버 사내병원을 통해 처리 속도가 충분히 빠른지 지속적으로 테스트해 반영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카카오헬스케어의 상황 진단은 달랐다. 신수용 연구소장은 “현 시점에서 의료기관이 LLM을 구동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가에 대한 고민이 먼저”라고 말했다.
신 연구소장은 “문자정보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의료데이터를 구조화하기 위한 최적의 도구가 LLM인 것은 분명하나, 이를 자체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 GPU 서버를 구축한 국내 병원은 소위 ‘빅5’라고 불리는 대형 상급종합병원 뿐인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클라우드 서버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LLM을 구동하는 정도의 연산을 클라우드로 처리하려면 수천만원의 서버비가 발생한다”고 했다.
신 연구소장은 “카카오헬스케어는 ‘의료 AI 전문 기업’이 아니다. 자체 생성형 AI를 개발하고 있지도 않다. 목적에 부합하는 최적의 도구를 사용할 뿐”이라며 “LLM이 필요한 경우에는 적극 활용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는 도구 중 하나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 연구소장의 말처럼 카카오헬스케어는 현재 환자의 전주기 건강관리를 돕는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연속혈당측정기와 연동해 당뇨 환자의 실시간 혈당 관리를 돕는 모바일 앱 ‘파스타’와 카카오톡으로 진료예약·접수·사전문진·결제 등을 지원하는 ‘케어챗’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