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이 “죽게 해달라” 울부짖어… 하룻밤 새 성격 완전 변한 사연, 왜?

연쇄상구균 감염 관련 소아 자가면역 신경정신질환 진단(PANDAS)

PANDAS는 연쇄상구균 감염에 대한 잘못된 면역 반응으로 유발되는 신경정신과적 질환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홉 살 때까지만 해도 올리버는 사교적이고 반에서 인기도 많은 아이였다. 하지만 2020년 1월 학교에서 돌아온 올리버는 평소보다 조용했고, 그때부터 아이는 극히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 더선은 잘 알려지지 않은 질환, 연쇄상구균 감염 관련 소아 자가면역 신경정신질환(PANDAS) 진단을 받은 아이의 사연을 보도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아이와 부모의 이름은 가명을 사용했다.

올리버의 엄마 메건은 아이가 달라 보였던 그 날 밤 목격한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아이는 한겨울이던 그 때 반바지만 입고 창문을 열어놓은 채 선풍기를 켜놓고 방 한 가운데서 몸을 흔들고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아이는 피부가 뜨겁다며 울부짖고 있었다. 이후에도 아이의 이상한 행동은 계속됐다. 올리버의 아빠인 벤은 “한 번은 아이가 차 뒷자리에서 야생동물처럼 내내 울부짖었고 차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아이는 자신을 죽게 해달라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18개월이 지나도 아이의 병명은 알 수 없었다. 처음엔 자폐증 진단을 받고 항정신성 약물을 처방 받기도 했지만 전문가들은 정확히 문제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아이의 증상에 대한 답을 찾던 중 메건은 우연히 PANS PANDAS UK라는 자선단체 사이트를 발견했다. 여기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올리버는 2021년 10월 버밍엄 아동병원의 소아 신경과전문의인 라자트 굽타 교수에게 연쇄상구균 감염 관련 소아 자가면역 신경정신질환(이하 PANDAS)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올리버는 항생제와 항염증제, 치료요법을 처방 받았지만 마지막으로 병원에 입원한 후 2년 동안은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 현재 14세가 된 올리버는 담요를 두르는 것 외에 어떤 옷도 입지 않으며, 사람과의 접촉을 견디지 못한다. 가족과 이야기할 때는 계단 꼭대기에서 대화한다. 학교에서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올리버를 등교시킬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부모는 아이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미스터리한 질병에서 서서히 벗어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고 있다.

엘리라는 13세 여자 아이 또한 PANDAS로 인해 힘든 경험을 했다. 엘리는 전에 인후통을 앓은 적이 있다. 진통제를 먹고 나아질 줄 알았던 아이의 증상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엘리는 공황발작을 일으키며 엄마를 할퀴고 소리를 질렀다. 또한 강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칼로 자신을 찌를까 무서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잠도 거의 자지 못했고, 틱 증상을 보였으며, 유아 수준의 놀이를 하는 등 이상 증상도 나타났다.

엘리의 아빠인 닉도 PANS PANDAS UK 웹사이트에서 얻은 정보를 가지고 일반의를 찾았다. 의사는 해당 질환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결국 항생제 처방에 동의해주었다. 약을 복용하고 3일 만에 엘리의 증상은 급격하게 좋아졌다. 혈액 검사로 연쇄상구균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고, 3개월 동안 항생체 처방을 추가로 받았다. 동시에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강박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받았고, 이제는 완벽히 회복됐다.

PANDAS란?

두 아이가 경험한 PANDAS는 A군 연쇄상구균 감염(Group A STREPtococcal infection)에 의해 유발되는 질환이다. PANS PANDAS UK에 따르면 보통 부비동염(축농증), 중이염, 성홍열과 같은 연쇄상구균 감염 후 나타난다. 첫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보통 3세에서 사춘기 사이다. PANDAS는 PANS의 하위 범주에 속한다.

PANS는 소아 급성 발병 신경정신 증후군(paediatric acute-onset neuropsychiatric syndrome)의 약자로, 알 수 없는 유발 요인에 대한 잘못된 면역 반응으로 인해 뇌에 염증이 생기고 신체 및 정신적 증상을 유발하는 신경정신과적 질환이다. 이름과는 다르게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은 감염이 지속되는 동안 또는 몇 달 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 PANDAS 증상은 보통 강박 장애 및 틱의 급성 발병으로 시작된다. 증상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우도 있으며, 질병이나 스트레스로 증상이 재발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이 질환을 증명할 수 있는 특정 검사는 없다. 환자의 병력과 현재 증상에 대한 검토 및 신체 검사를 바탕으로 해 임상적으로 진단을 내린다.

PANS PANDAS UK에 따르면, 현재 영국에서 얼마나 많은 아동이 이 증후군을 앓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올리버에게 진단을 내린 버밍엄 아동병원 소아 신경과전문의인 라자트 굽타 교수는 지금까지 약 100명의 아이에게 PANS 또는 PANDAS 진단했다고 말했다. 의료 전문가들조차 해당 질환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영국에서는 2022년에 신경과전문의, 면역학자, 소아과전문의로 구성된 PANS PANDAS 실무그룹이 만들어져 환자를 위한 치료 표준을 개선하고 진단 및 치료 방법에 대한 국가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애쓰는 동시에, 유병률 파악을 위해 영국 전역에 대해 감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실무 그룹의 일원인 에브리나 런던 아동병원의 소아 신경과전문의 밍 림 박사는 PANDAS가 논란이 된 이유 중 하나가 뇌 스캔이나 혈액 검사와 같은 구체적 바이오마커가 없어 질환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생물학적인 발병 원인을 밝히기 위한 뇌 염증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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