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박힌 흉기, 함부로 빼면 안 되는 이유
출혈 심하면 강하게 압박 후 119에 우선 신고를
정우성과 설경구 등이 주연으로 나온 영화 '감시자들'(2013년 개봉)을 보면, 범죄 조직의 리더인 정우성은 상대방의 목을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액션을 펼친다.
칼이 아닌 만년필로 목을 찌르는 데 피가 뿜어져 나오거나 ‘꿀럭꿀럭’ 쏟아진다. 목 부위 경동맥의 자상(찔림)·열상(찢어짐)·창상(베임) 등에 의한 출혈이다. 영화에서는 정우성에게 목을 찔린 대부분이 현장에서 사망하지만, 목을 찔린 설경구(경찰)는 자신이 직접 ‘호치키스(스테이플러)’로 찔린 부위를 촘촘하게 봉합해 목숨을 건진다.
올해 1월 2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에서 목에 흉기 습격을 당했다. 다행히 경동맥이 아닌 경정맥이 손상돼 비교적 심한 중증이 아닌 상태에서 봉합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졌다. 이달 6일에는 20대 중반의 여성이 불화를 겪고 있는 남자친구가 휘두른 칼에 목을 찔려 죽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여성은 경동맥 손상으로 인한 과다출혈로 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동맥은 심장에서 뇌혈관으로 이어지는 목 부위의 동맥으로, 뇌로 가는 혈액의 약 80%가 지나간다. 경동맥은 목의 중간 부위에서 두 갈래로 갈라져 하나는 뇌로, 하나는 얼굴과 두피 쪽으로 연결된다. 한 갈래는 목 안쪽에, 다른 갈래는 목 바깥쪽 가까이에 있다.
경동맥 부위, 상처 깊지 않아도 치명적
인체의 다른 동맥들에 비해 경동맥은 상대적으로 깊이가 얕아서 상처가 깊지 않아도 치명적인 부상이 될 수 있다. 찔리거나 찢어지거나 잘리는 손상을 입으면 다량의 출혈이 생기고 뇌로 가는 혈류가 크게 줄어들어 쇼크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사망하거나 뇌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목 부위를 찔리면 붕대·손수건이나 내복 등 부드러운 것을 이용해 상처 부위를 강하게 압박하고 119를 불러 병원으로 가는 것이 최선이다. 몸에 흉기가 박혔다면 함부로 빼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목 부위는 특히 그렇다. 박힌 채로 병원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동맥에 동맥경화가 진행되어 혈관이 점점 좁아지는 질환을 경동맥협착증이라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경동맥협착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7년 6만 8760명에서 2022년 12만 5904명으로 많이 증가했다.
경동맥협착증의 주요 원인이 되는 동맥경화는 주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과 같은 만성 대사질환과 흡연 때문에 발생한다. 의학계는 50대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흡연자라면 고위험군이므로 예방적 차원에서 검사받으라고 조언한다.
초음파 검사로 협착 유무도 확인해야
경동맥에 대한 기본적인 진단은 경동맥 초음파 검사로 비교적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에 따르면, 경동맥협착증이 위험한 이유는 혈관이 절반 가까이 좁아져도 자각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증상이 없어 초기 진단이 어렵고, 발견되어도 증상이 없어 치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경동맥의 협착이 심하지 않거나 증상이 없으면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경동맥이 70% 이상 좁아져 있고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수술(경동맥 내막 절제술)이나 시술(경동맥 스텐트 확장술)이 필요할 수 있다. 경동맥 내막 절제술은 협착 부위의 동맥경화 찌꺼기를 직접 제거하는 수술이다.
경동맥 내막 절제술은 △협착이 매우 심하거나 △스텐트 확장술을 시행하기에는 혈관 굴곡이 너무 심한 경우 △경동맥협착증이 심해져 뇌색전증이 일어난 사례 등에서 유용한 치료 방법이다. 경동맥 스텐트 확장술은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고령 환자 △심장병을 동반한 환자 △전신마취가 부적합해 수술 위험성이 높은 경우 등에서 상당히 안전한 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