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도 유전"...6명 중 1명은 부모에게 물려받아
아포지단백E4 한 쌍 물려받은 사람은 대부분 65세 전후 발병
알츠하이머병 환자 6명 중 1 명꼴은 유전적 원인에 의해 발병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6일(현지시간) 《네이처 의학(Nature Medicine)》에 발표된 스페인과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영국 가디언과 CNN이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의 유전적 원인 인자로 지목돼온 아포지단백E4(ApoE4)를 한 쌍을 가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다며 따라서 이를 위험요소가 아니라 원인이라고 받아들일 때가 됐다고 밝혔다. 주저자인 스페인 바르셀로나 소재 삼파우 병원의 후앙 포르테아 박사는 “(ApoE4 한 쌍을 갖는) 사람의 95% 이상이 뇌나 우리가 분석한 생체지표에 알츠하이머병 병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아포지단백E(ApoE)는 중추신경계의 주요 콜레스테롤 및 지질 운반 단백질이다. 인간의 경우 ApoE2, ApoE3, ApoE4의 3가지 변이가 발견된다. 사람은 부모에게서 각각 하나의 ApoE 유전자형을 물려받는데 ApoE4를 하나만 물려받아도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4배 높아지고, 둘을 물려받을 경우는 2%로 매우 드물지만 발병 위험이 8~10배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3297명의 뇌 기증자들의 사후 뇌 부검 결과 ApoE4 사본 2부를 가진 273명의 기증자들 중 거의 모든 사람의 뇌에서 알츠하이머의 징후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한 5개 임상시험에 참여한 1만 명 이상으로 받은 데이터를 분석해 ApoE4 2개 지닌 519명 중 거의 대부분이 65세가 될 무렵 알츠하이머병 관련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백질이 뇌척수액에서 비정상적수준으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들에 대한 뇌 스캔 결과 75%가 아밀로이드 양성을 보였다.
이들의 생체지표 유병율도 나이가 들수록 증가했다. 연구진은 도 ApoE4를 2개 보유한 사람의 증상 발현 연령이 약 65세로 ApoE4를 하나도 보유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약 7~10년 빨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증상이 시작된 연령의 발병 예측 가능성이 상염색체 우성 알츠하이머병(ADADD)과 다운증후군 알츠하이머병(DSAD) 같은 유전적 원인의 알츠하이머병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의 일원인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센터의 빅터 몬탈 박사는 “이전에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을 1% 미만의 사례에서만 식별할 수 있었지만 우리 연구를 통해 이제는 15% 이상의 사례의 원인을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CNN은 알츠하이머병 6건 중 1건은 유전적 원인에 의해 발병한다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난 셈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데이터가 유럽계 혈통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수집됐기 때문에 다른 민족의 사람들에게도 이러한 결과가 적용되는지 알아보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24-02931-w)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