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미안했어. 사랑해”... 말기 암 남편의 마지막 말
[김용의 헬스앤]
“어느 날 남편이 저에게 다가와 ‘상의할 일이 있다’며 대화를 요청하더군요. 워낙 가부장적 성격이라 집안일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일이 많아서 의외였지요.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거예요. 그것도 거의 말기... 그렇게 약한 모습의 남편은 평생 처음 봤어요”
중년이 되면 암 환자가 급격히 늘어난다. 대장암, 위암, 간암 등 주요 암 환자의 절반이 50~60대다. 자녀들이 성장해서 여유를 찾으려 할 때 암이 찾아오는 것이다. 중년, 노년 초입의 부부들은 남편이나 아내 중 한 사람이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기대수명인 83.6세까지 살 경우 3명 중 1명(38.1%)은 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지금껏 크고 작은 병을 겪은 사람도 ‘암’이 주는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늦게 발견한 경우 ‘죽음’까지 떠올린다.
“가부장적 성격의 남편은 암 투병 중에도 화를 많이 냈어요...항암 치료로 체력이 떨어진 것 같아 고기 요리를 해줬더니 ‘매번 토하는 사람한테 이게 뭐냐’며 무안을 주기도 했지요”. 사람의 성격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평생 자기 고집대로 살아온 사람은 더욱 그렇다. 암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환자 본인의 투병 의지가 가장 중요한데 의료진이나 가족의 보살핌과는 반대로 가는 사람도 있다. 폐암 환자가 매번 담배를 찾으면 아내의 속은 타들어간다.
“이제 갈 때가 되니 아내에게 너무 미안하다...”
위의 사례와 별도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등 호스피스 관련 자료를 보면 암 환자의 ‘속마음’을 단편적으로 알 수 있다. 수많은 말기 암환자를 일일이 인터뷰해서 논문으로 정리한 것이다. 중년-노년의 암환자는 건강할 때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보살피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가득했다.
“다른 사람은 집안 대소사를 일일이 아내와 상의한다고 했다. 나는 그러질 못했다.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통보하는 식이었다. 그런데도 아내는 일절 내색하지 않고 속으로만 삭인 것 같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제 갈 때가 되니 너무 미안하다...”
“지금 생각하니 가장 중요한 사람은 아내다. 암에 걸리니 아내의 존재를 더욱 실감했다. 항암 치료 중에도 온갖 투정을 다 받아줬다. 아내가 없었더라면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건강할 때 더 챙겨할 사람이었는데, 이제야 후회한다...”
“아파서 몸져 누우면... 마음 의지할 수 있는 사람 절실”
사람이 가장 외롭고 약해질 때가 아파서 몸져 누울 때다. 겉으로는 강해 보이던 사람도 중병에 걸리면 나약한 존재임이 드러난다. 자유롭게 상글 라이프를 즐긴 돌싱도 오래 입원하면 옆에서 보살펴 줄 사람이 그립다. 간병도 간병이지만 손이라도 잡고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중병에 걸리면 가장 가까운 사람의 존재가 절실해진다. 바로 아내와 남편이다. 숨김없이 걱정거리들을 서로 공유하며 치료 방법을 상의해야 한다. 의사와 상담할 때도 마음이 불안하면 의사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중요한 정보를 놓칠 수도 있다. 남편이나 아내가 곁에 있으면 의사의 말을 귀담아 듣고 설명해줄 수 있다. 치료의 부작용도 알아둬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쉽게 대처할 수 있다. 부부는 동반자라는 것이 병원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환자가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할 때 남편과 아내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는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라는 것을 늘 생각해야 한다. 아파서 짜증도 쉽게 내고 벌컥 화를 낼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환자의 상황과 감정을 잘 살피고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 아픈 사람의 생각과 기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지 말고 ‘내가 환자라면’ 공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작년에만 200만여 명이 암으로 병원 찾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암 진료현황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195만 925명이 암으로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에 비해 18.1%(연평균 4.2%) 증가했다. 나이 별로 보면 50~60대 환자가 가장 많았다. 여성은 갱년기, 남성은 실직으로 몸과 마음이 힘든 시기에 암이 발병하는 것이다.
2023년 12월 발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대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74.3%이지만, 암이 생긴 대장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부위에 전이된 경우 20.3%로 뚝 떨어진다. 암을 늦게 발견하면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힘들다. 건강보험이 안 되는 비싼 신약을 사용하면 수억 원이 들 수도 있다. 남은 가족의 안정된 미래를 위협한다. 가족을 위해서라도 내 몸에 신경 써야 한다. 음식 절제, 운동 그리고 정기 검진을 실천하면 암을 늦게 발견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