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안 마셨는데 숙취가”...1년 시한부 받은 女, 무슨 일?
여행 후 심한 편두통과 눈 문제 발생...원인은 예후 나쁜 악성 종양
불치병에 걸려 1년 시한부 판정을 받은 19세 소녀 사연이 공개됐다. 몇 년 동안 편두통을 겪은 것 외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었던 여성의 뇌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종양이 발견된 것이다.
최근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의 엘라 픽(19)은 악성 뇌종양에 걸렸다. 몇 년 동안 편두통을 겪은 것 외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었던 엘라의 뇌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종양이 발견된 것이다.
엘라가 몸의 변화를 느낀 건 작년 6월이다. 대학생이던 그는 친구들과 그리스로 종강 기념 여행을 떠났다. 휴가 중 몸이 썩 좋지 않았다고 느꼈던 엘라는 “그리스로 갔을 때 모든 게 시작됐다”며 “술을 많이 마시거나 외출을 자주 하지 않았는데도 숙취처럼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행 이후에는 증상이 더 심해졌다. 집으로 돌아온 지 약 일주일 후 엘라는 심한 편두통을 느꼈다. 눈에도 문제가 나타났다. 왼쪽 눈이 얼굴의 중간 쪽으로 옮겨가는 듯한 쏠리는 느낌을 받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시력 검사를 위해 병원에 간 엘라는 '큰 문제'라는 의사의 말에 또다른 병원을 찾았다.
의료진들은 엘라의 뇌에서 종양을 발견했고 미만성 정중선 신경교종(diffuse midline glioma) 이라 진단했다. 미만성 정중선 신경교종은 수술과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다. 엘라는 작년 7월 약 12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꿈에 그리던 승무원 면접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양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해 6주간의 방사선 치료를 받기도 했었다.
엘라는 “18살에 불치병에 걸릴줄 상상도 못했고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남은 시간 동안 가족, 친구들과 최대한 많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뇌 좌우 구분하는 정중선에 생기는 미만성 정중선 신경교종...예후 나쁜 악성 종양
미만성 정중선 신경교종은 뇌나 척수 등에 생기며 빠르게 성장하는 악성 종양이다. 뇌의 좌우를 구분하는 정중선에 발생한 종양이 뇌척수액(뇌와 척수에 존재하는 무색투명한 액체)을 통해 발생 부위의 주변 정상 조직에 빠른 속도로 퍼진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에 따르면 미만성 정준성 신경교종은 예후가 나쁘고 주변 확산이 빠른 악성 종양으로 분류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신경교종을 1급에서 4급까지로 구분했다. 저등급인 1·2급은 비교적 예후가 좋은 편이며 3·4급은 공격적인 유형의 종양을 의미한다. 때문에 미만성 정준성 신경교종을 판정받은 환자는 대부분 1년 안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과 방사선·항암 등 치료를 받더라도 종양 제거가 어렵고 재발이 빈번한 난치병인 것이다.
피로감·지속적인 두통·메스꺼움·복시 등 증상 나타나
아직까지 밝혀진 특별한 원인은 없지만 희귀병인 리프라우메니증후군, 신경섬유종증 1형 등 유전병이 영향을 준다는 보고가 있다. DNA를 감싸고 있는 히스톤 단백질(h3K27M)의 유전적 변화도 미만성 정중선 신경교종의 성장을 일으켰다는 결과도 있다.
성인과 어린이 모두에게 발생하는 미만성 정중선 신경교종은 특징적인 증상이 없어 사연 속 여성처럼 우연히 발견하게 될 수 있다. 주요 증상은 피로감, 지속적인 두통, 메스꺼움 등이다. 안구의 움직임이 불편하거나 하나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 현상 등이 발생한다. 표정을 조절하거나 말하기 어렵고 팔다리가 약화해 걷기도 힘들 수 있다.
한편 2022년 국제 학술지 《셀(CELL)》에 게재된 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연구진이 미만성 신경교종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를 발견했다. 신경교종 환자 304명의 재발성 종양세포 데이터 분석 결과 신경교종이 재발할 때 종양세포가 유전적·세포학적으로 변화하고 세포 내 미세환경 상호작용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의 특징과 환자 생존율 등을 분석해 향후 예측 모델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