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억→800만 원'...유전성 망막변성 치료비 크게 줄어
삼성서울병원서 '럭스터나' 건보 급여 1호 치료...본인부담상한제 적용
유전적 원인으로 망막의 기능이 소실돼 시력을 잃는 질환인 '유전성 망막변성'의 치료부담이 크게 줄었다. 최근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며 종전 6억5000만 원 수준인 약제비가 최대 800만 원 선이 됐다.
2일 삼성서울병원은 심평원의 '럭스터나(Luxturna)' 급여화 결정 이후 국내 첫 환자 수술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노바티스가 개발한 럭스터나(성분명 보레티진네파보벡)는 유전성 망막색소변성과 레버선천흑암시 등의 질환을 유발하는 'RPE65 유전자 변이'를 교정하는 치료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2017년 승인됐고, 국내엔 2021년 7월 도입됐다.
삼성서울병원 안과 김상진 교수팀은 럭스터나의 도입 당시에도 국내 첫 수술에 성공했으며, 올해 2월 급여 승인 후 처음으로 각각 3월과 4월에 환자 2명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 3월 첫 수술을 진행한 환자는 현재 빛 감수성과 야간시기능이 개선됐다.
이들 환자가 앓고 있던 RPE65 유전자 변이에 의한 유전성 망막변성은 망막 시세포 기능이 저하하며 결국 실명에 이르는 질환이다. RPE65 유전자는 망막에서 빛을 전기신호로 바꾸는 시각회로에 작용하는 중요한 효소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어려서부터 심한 야맹증과 시력 저하, 시야 좁아짐, 눈 떨림이 발생한다. 결국엔 빛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거나 밝은 곳에서도 캄캄한 어둠 속에 등불 하나 켠 수준의 빛만 감지하는 정도로 시력이 저하한다. 외국에서는 약 10만 명 중 2~3명꼴로 발생하나, 국내에선 환자가 극히 드물다.
럭스터나는 이러한 RPE65 유전자 변이를 교정한다. 인체에 감염병을 일으키지 않도록 조정한 아데노연관바이러스에 RPE65 정상 유전자를 삽입해 환자 망막에 투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환자의 변이 유전자 대신 정상 유전자가 작동하게 된다. 수술 후 입원 기간이 짧아 다음 날 바로 퇴원이 가능하며, 양쪽 눈에 모두 수술할 때는 1주일 정도의 간격을 두고 수술을 진행한다. 미국 임상시험 결과에선 환자의 영구적인 시력 상실을 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력이 정상 수준까지 회복하진 않아도 환자가 스스로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빛 감지 능력을 높여준다.
다만, 그간 환자들은 치료비 부담 때문에 치료 접근이 쉽지 못했다. 럭스터나의 국내 가격은 미국, 일본보다는 저렴하게 책정됐지만, 양쪽 눈 모두에 수술할 때 6억5000만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 급여화 결정으로 환자본인부담상한제가 적용되면서 환자가 부담하는 치료비는 최대 800여만 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김상진 교수는 "치료제가 만들어져도 비용 문제 때문에 실제 치료로 이어지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면서 "럭스터나는 3년 전 레버선천흑암시 환자에 대한 첫 수술 후 약제 급여화를 통해 치료를 이어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유전성망막변성의 원인 유전자는 100개가 넘는데, 이 중 단 하나의 유전자에 대한 치료제만 상용화된 것"이라면서 "향후 새로운 치료제 개발 노력도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서울병원은 희귀질환센터를 운영하며 희귀질환에 대한 유전자치료제 연구에도 역량을 쏟고 있다. 이번 치료 사례인 레버선천흑암시 등 유전성 망막변성질환 외에도 신경 유전 질환, 선천대사질환, 피부신경증후군, T림프구성 백혈병, TKI 불응성 뇌전이암, 신생아 뇌실내 출혈, 미숙아 기관지폐형성 이상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난 1월에는 '서울권역 희귀질환 전문기관'으로 지정돼 희귀질환 등록통계 사업과 관련 연구 사업 등 정책 마련에 참여하고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연구도 진행한다.
삼성서울병원 이지훈 희귀질환센터장 겸 유전자치료연구센터장(소아청소년과)는 "이번 수술 성과는 희귀난치질환 환자 등록부터 수술비 급여화와 같은 국가정책 구성까지 마련돼 희귀질환 치료에 대한 중요한 본보기가 됐다"면서 "많은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이 이와 같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