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식 무턱대고 먹으면 자칫 ‘독’ 될 수도

[藥인가 食인가...線넘는 건기식] ③ 소비자, 부작용 경계심 필요

건강 증진을 위해 복용하는 건강기능식품도 성분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질병 치료를 위해 전문의약품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은 의료진과 상의를 통해 복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의 효능·효과를 부풀리는 광고에 소비자들이 수시로 노출되고 있지만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식품안전 당국이 허위·과대 광고를 철저히 걸러내지 못하면 사실상 속수무책인 게 현실이다. 따라서 건기식을 구매할 때 소비자 스스로 부작용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게 현명한 자세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특히 일부 원료는 특정 기능성에 대한 인증을 받았지만 의약품과 함께 복용했을 때 부작용을 유발하거나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식품안전나라'를 통해 꾸준히 이를 고지하고 있지만 실제 효과는 미지수다. 지난해 식약처에 보고된 이상반응 의심 신고가 1400여 건에 이를 정도다.

건기식과 의약품 함께 복용땐 부작용 가능성

소비자가 건기식을 복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 증진이다. 하지만 좋은 원료로 알려진 건기식이라도 무분별하게 섭취하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의약품과 달리 건기식의 기능성 원료끼리는 의학적으로 심각한 충돌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이미 복용 중인 치료제와 함께 섭취했을 때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 '의약품 병용 섭취 주의사항']
대표적인 것이 인삼 성분을 함유한 건기식이다. 식품안전나라 고시에 따르면 인삼 성분 건기식을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과 함께 복용하면 심각한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에이즈 치료제 '랄테그라빌', 알레르기 치료제 '펙소페나딘', 항고혈압제 '니페디핀' 역시 인삼 성분과 함께 복용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약물이다. 평소 아스피린이나 카페인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인삼 섭취 시 두통을 겪을 수도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유산균의 증식과 유해균의 억제를 도와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하고 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인정받은 원료다. 그러나 항생제와 병용 섭취하면 이런 효과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체내 균을 제거하는 항생제의 특성상 유산균까지 사멸시키기 때문이다. 또 면역억제제 계열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라면 감염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의료진과 상의 후 프로바이오틱스 섭취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간 건강에 도움을 주는 밀크씨슬 역시 전문의약품과 복용하면 부작용 우려가 있다. 간이 약을 분해하는 속도를 늦추기 때문이다. 식품안전나라 고시에 따르면 밀크씨슬은 혈당강하제를 복용하고 있는 당뇨 환자의 인슐린 민감성을 높이고 유방암 치료제 ‘타목시펜’의 체내 흡수량을 높인다. 따라서 해당 질환이 있다면 밀크씨슬 부작용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만성질환자, 의료진과 상담 후 복용"

혈중 중성지질과 혈행에 대한 개선 효과를 인정받은 오메가-3 지방산(EPA&DHA)도 항응고성 약물과 같이 섭취하면 출혈 위험이 있다. 아스피린계열 약물 중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아스피겔캡슐, 혈액응고를 막는 와파린 계열 약물 등은 오메가-3와 동시 복용을 피해야 한다.

이와 관련, 대한가정의학회 강재헌 이사장(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건기식과 의약품을 함께 복용하면 상호작용으로 인해 부작용 추정 사례가 발생하거나 의약품의 효능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강 이사장은 "만성질환자나 현재 복용 중인 의약품이 있는 환자는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건기식 복용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건기식이 아닌 식품을 건기식으로 착각하고 복용하는 사례도 흔하다. 식약처는 ‘건강보조식품’과 건기식의 구별에 대한 모니터링과 교육을 집중하고 있다.

건기식은 일상에서 결핍되기 쉬운 영양소를 보충해 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는 식품이다. 식약처의 평가를 거쳐 인체에 대한 기능성과 안정성을 인정받은 원료를 사용한다. 이와 달리 건강보조식품은 건강 증진 효과를 표방하며 판매되는 일반가공식품으로, 식품위생법이나 축산물위생관리법에 의해 관리되며 기능성에 대한 심사도 받지 않는다.

건기식과 건강보조식품 혼동 말아야 

소비자의 혼동을 유발하는 것은 일반 식품의 제조 과정에서 기능성 원료를 일부 활용한 ‘기능성 표시 식품’이다. 기능성 표시 식품은 건기식과 동일하게 인증받은 기능성 원료를 사용하지만,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캡슐이나 정제가 아닌 일반 식품 형태로 제조된다. 당연히 건기식과 다르며, 포장이나 광고에도 ‘본 제품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님’, ‘어떤 기능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원재료가 함유됨’ 등의 문구를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다만 일반 소비자가 이들 건강보조식품을 접하는 경로를 감안할 때, 이러한 제도적 구분이 실효성이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SNS에서 인플루언서들이 팔로워에게 구매를 유도하는 ‘공동구매’ 형태의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마케팅은 팔로워에 대한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에 의존하고 있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식약처가 지난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상에서 식품 광고와 판매 실태를 점검한 결과, SNS 인플루언서들의 식품 공동구매 마케팅의 71.7%가 허위·과대 광고로 적발됐다. ▲일반 식품을 건기식이나 의약품으로 착각하도록 수면유도제나 소화제 등의 용어를 사용한 사례 ▲성인병·변비·불면증 등 특정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언급한 사례 ▲붓기 제거 등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표현한 사례 등이 포함됐다.

현재 식약처는 이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구매하려는 식품에 표시된 건강기능식품 마크를 확인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특히 ‘질병 치료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표시가 있는 경우 식품안전나라나 한국식품산업협회에 해당 식품·원료를 검색하고 허가 내용과 비교하면 일반 식품과 건기식을 혼동하는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시리즈 끝>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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