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전 안면비대칭이 심해서 고민이에요. 처음엔 치과에 갔어요. 치과에서는 치아 중심선이 안 맞는다며, ‘양악 수술’로만 비대칭을 교정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큰 수술까지 했는데요, 여전히 비대칭이 남아 있어요. 어쩌죠, 원장님? ”
“네? 비대칭이 심하다고요? 지금 지원 씨 얼굴 정도 비대칭은 남의 눈에 절대 안 띄어요. 그리고, 치아 중심선이랑 안면 비대칭은 별 상관없어요.
치아 중심선이 안 맞으면, ‘치아가 비대칭’ 일뿐이죠.
치아 중심이 안 맞다고 얼굴 모양이 나빠지지도 않아요. 유명 배우 얼굴을 한번 볼까요? 한때 ‘세계에서 가장 잘 생긴 남자’로 불렸던 분인데요. 치아 중심선 안 맞다고 생각이나 해본 적 있어요?”
“아… 원장님, 신기하네요. 이 분 얼굴 비대칭이라 생각해 본 적 없거든요.”
“지원 씨 상태도 역시, 원래부터 양악 수술은 필요 없었던 것 같아요. 저도 양악 수술을 하지만, 얼굴 대칭을 위해 양악이 꼭 필요한 경우는 정말 흔치 않거든요.”
언어는 사고의 틀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판단이 근거보다 언어를 따라가는 경우도 흔합니다. ‘입이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처럼 우리는 ‘입이 비뚤어졌다’라는 표현에 익숙합니다. 그래서인지 얼굴 비대칭으로 고민하는 분들이 흔히 찾는 곳이 치과입니다.
그런데, 막연히 치아의 대칭을 맞추면 얼굴과 입의 대칭도 맞을 것이라는 생각과 다르게, 치아 교정은 안면 비대칭을 교정하지 못합니다. 치아가 움직이는 만큼의 효과가 살짝 있을 뿐입니다.
구글에서 asymmetry(비대칭), orthodontics(치아 교정)로 검색하면 가장 상위에 뜨는 논문 사진을 보겠습니다. 교정으로 치아의 비대칭이 크게 좋아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악교정 수술(양악 수술)로 얼굴 비대칭이 교정될까요? 위의 검색 결과에 함께 나오는 논문 사진들을 더 보겠습니다. 치아의 비대칭과 부정교합으로, 양악 수술이 필요한 케이스입니다.
하지만, 양악 수술로 얼굴 비대칭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얼굴의 비대칭은 이번에도 살짝만 좋아질 뿐입니다.
실제로 안면 비대칭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치는 부위는 ‘입’ 이 아닌 ‘턱 끝’입니다. 턱 끝이 얼굴의 중심축을 결정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좀 더 복잡한 이유가 함께 작용합니다. 입은 여러 근육들에 둘러싸여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구조입니다. 이 중 아랫입술과 입꼬리의 방향을 결정하는 근육이 턱 끝에 붙어 있습니다.
이렇게 턱끝 뼈를 이동하는 수술이 작고 간단한 수술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큰 수술인 양악 수술과 비교하면 비할 수 없이 짧고 간편한 수술로 식사의 제한도 없고 일상 회복도 빠릅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보입니다. 양악수술로 비대칭이 크게 개선된 케이스들이 있지만 내용을 잘 살펴보면 ‘턱끝 수술’을 동시에 한 경우라는 것을.
그러니 이런 경우 비대칭의 교정은 ‘양악 수술’의 효과가 아닌 ‘턱끝’수술 때문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