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약 먹은 후 피 설사"... '이 성분' 때문에 대장에 염증?
에스트로겐 혈전 위험 높이지만 프로게스테론의 영향은 밝혀지지 않아…추가 연구 필요
피임약 복용 후 허혈성 대장염을 진단받은 사례가 보고됐다.
특별한 병력이 없는 30세 미국 여성이 3주 동안 복통, 메스꺼움, 피가 섞인 설사 증상이 악화되어 응급실로 내원했다. 이 여성은 두 달 전부터 프로게스테론 단독 피임약(POP, progesterone-only pill)을 복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처음에 의료진은 임상적으로 특별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조직검사 결과 해당 여성은 허혈성 대장염을 앓고 있었다. 이번 케이스는 프로게스테론 단독 피임약 복용 후 허혈성대장염이 발생했다고 보고된 두 번째 사례다.
허혈성 대장염은 대장의 혈류 감소로 인해 대장 조직에 염증과 괴사가 일어나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장으로 혈액을 운반하는 복부동맥에 생기는 혈전에 의해 발생한다. 치료하지 않으면 장 조직이 죽는 괴저로 이어질 수 있으며, 조기에 진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기존에 심장병을 앓고 있는 60세 이상 고령자에게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지만, 에스트로겐이 들어있는 복합 피임약을 복용하는 젊은 여성에게도 나타난다. 에스트로겐이 혈전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혈전 위험이 높은 여성은 복합 피임약을 처방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반면, 의료진은 “프로게스테론이 혈전 위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며 "이 사례는 드물기는 하지만 프로게스테론이 응고에 미치는 영향, 특히 장간막동맥과 관련된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해당 여성은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피임약을 중단했고, 2주 만에 증상이 호전됐다.
이 사례는 《미국 위장병학회 케이스리포트 저널(ACG Case Reports Journal)》에 ‘Progesterone-Only Contraceptive-Induced Ischemic Colitis’라는 제목으로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