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직접 목소리…전공의 대표는 발제 중 눈물
이날 발제자 중 한 명으로 참석한 서울대병원 전공의 박재일 대표는 전공의 사직의 이유를 대중에 설득하려 노력했다. 세간의 오해처럼 의사가 환자를 버린 게 아니라 현재의 잘못된 의료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 위한 노력이란 것이다.
박 대표는 “정부는 잘못된 진단에 기반해 ‘의대 2000명 증원’ 없이는 의료개혁에 성공할 수 없다는 듯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잘못된 진단에 기반한 치료법은 조정이나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공의가 요구하는 ‘원점 재검토’는 정부의 말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처음부터 방향성이 잘못됐기 때문에 진정한 의료개혁을 위해서라도 다시 되짚어보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또한, 박 대표는 정부가 전공의를 ‘환자를 버리고 떠난 의사’라고 매도하며 대중의 오해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는 그는 “환자 곁에 있고 싶어서 내과를 선택했다”면서 앞서 2년간 내과 전공의로서 환자들을 돌봤던 경험을 언급하며 끝내 울먹이기도 했다.
박 대표는 “기형적인 의료체계를 바로잡고자 고민했는데 이제 전공의는 공공의 적이 돼 하루하루 병원에서 멀어지며 몸을 기댈 곳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면서 “이제라도 정부는 진정한 의미의 의료개혁을 재검토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공의라고 본인을 소개한 한 전공의는 플로어 질의에서 “지금 정부가 대표자 1~2명을 설득하는 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공의 국가책임제 필요 예산, 1조 원…지원 약속해야
의대 교수들도 정부가 전공의 복귀를 설득하려면 실제적 정책 방안을 제시해 의료개혁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서울대 의대 휴먼시스템의학과 홍윤철 교수는 ‘전공의 국가책임제’에 필요한 1조 원의 예산을 약속해달라고 촉구했다. 해당 제도는 전공의 수련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수련 과정 전체를 국가가 지원하고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내용이다.
홍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도 정부와 의료계 어느 곳도 전공의의 수련과 노동환경을 개선하자는 말을 제대로 안하고 있다”면서 “전공의가 복귀하면 다시 비정상적인 의료환경에서 노동해야 하나”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는 말만이 아니라 실제적인 시스템 개편에 착수해야 한다”면서 “정책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방법은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돈(예산)이 없다면 진정성이 없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개혁하자고 목표를 세웠기에 목표 달성을 위해선 정부가 돈을 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가 대략적으로 추계한 비용은 연 1조 원 수준이다. △1인당 연간 수련비용 5000만 원을 전공의 1만 명분으로 계산한 5000억 원과 △전공의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수련병원이 추가로 고용하는 전문의 5000명에 대한 고용 비용 5000억 원을 합한 금액이다. 다만, 지원 조건으론 이들 전문의가 병원 진료 업무 외에도 수련지도 업무 비중을 50%씩 책정해 임금의 절반을 정부가 부담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