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교협 "과로 방관하는 병원, 고발할 것...당직에 가정도 못 챙겨"
의대 女교수 434명 실태조사...10명 중 8명 사직 생각
정부의 의대 증원이 촉발한 '의정갈등'이 장기화되며 현장에 남은 의료진의 '워라밸 악화'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임상 교수 절반 이상이 잦은 장시간 근무와 당직으로 평일에 자녀와 대화 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동아대 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조사한 '의과대학 여교수 근무 실태 조사'를 발표했다. 조사에는 총 434명의 여성 의료진이 참여했으며 여기엔 내과가 240명(55.3%), 외과 100명(23%)등 필수 의료진이 과반을 이뤘다. 이때 자녀가 있는 임상의는 318명(응답자는 315명)이었다.
조사를 보면, 주 5일 출근했을 때 출근 전 자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날은 얼마나 되는지에 질문에 대상자의 54.3%(171명) 절반 이상은 하루도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어 한 번이 10.5%(33명), 두 번이 16.2%(55명)였다.
이와 비슷하게 평일 중 퇴근 후 자녀와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날은 얼마냐 되냐는 질문에는 주 0회가 29.2%(92명)으로 가장 많았고, 1회가 14.9%(47명), 2회가 24.1%(76명), 3회가 20.6%(65명) 으로 나타났다.
의대 교수로서 근무가 가정생활에 문제가 되냐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10명 중 7명은 문제가 된다고 응답했다. 문제 정도를 1점(전혀 문제되지 않음)~7점(매우 문제가 됨)으로 나눠 조사한 결과 299명(69%)이 5점(조금 문제가 됨) 이상을 선택했다. 5점(119명·27.4%)이 가장 많았으며, 6점이 23.7%(103명), 7점이 17.7%(77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은 문제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장시간 근무(314명·72.4%·복수응답)'를 꼽았다. 그 다음으로 야간 당직 근무가 66.1%(287명)가 컸으며 빠른 출근 시간(279명·64.3%)도 한몫했다.
의대 교수, 정신·신체 소진 고조...10명 중 8명은 사직 생각
설문 응답자 중 대부분인 376명(86.6%)은 근무 시간이 주 52시간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5명중 1명인 20.3%는 주 80~100시간 가량을 일했으며, 100시간 초과도 7.1%로 나타났다. 또한 당직 근무를 서는 의료진 365명(84%) 중 304명(83.3%)는 다음날 휴식이 보장되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정신적·신체적 소진 정도(1점·전혀 소진되지 않음 ~ 7점·매우 소진됨)를 묻는 질문에 5점(조금 소진됨) 이상이 정신적소진에선 82.7%(359명), 신체적 소진은 83.2%(361명)으로 확인됐다. 이어 사직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냐는 물음에 5점(조금 그렇다) 이상이 79.3%(344명)이었다. 응답한 의대 교수 10명 중 8명은 사직을 생각했거나 하고 있다는 셈이다
전의교협 측은 고용노동부에 현 상황에 대한 빠른 초지를 촉구하며 이를 방관하고 있는 수련병원을 고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최근 젊은 의사 2명이 쓰러졌다. 병원에 아무리 호소해도 근무시간은 줄어들지 않는다"며 "병원 보건관리자는 무얼 하고 있는지 아예 관리 대상에 없는 병원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청은 뉴스에서 반복되는 52시간을 의도적으로 방치하지 말라. 의대 교수가 완전 사각지대임을 직시하고 더 쓰러지기 전에 지도감독 해야 한다"며 "의대 교수의 과로를 방치하는 병원의 관리자와 기관장을 고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