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하면 독감 백신 효과 떨어져"...알고 보니 '이것' 때문?
쥐 실험결과, 백신 접종 전 대사 건강이 백신 효과 결정
비만인 사람은 건강한 체중인 사람에 비해 백신 접종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건 비만 자체가 아니라, 대사 건강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진은 독감 백신 접종 전 비만인 쥐의 식단을 건강하게 바꾼 결과, 체질량지수에 관계없이 독감 바이러스 노출로부터 보호 효과가 높아졌음을 발견했다. 다만, 이와 같은 결과를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가정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설명이다.
미국 세인트주드 아동연구병원 연구진은 20마리의 비만 쥐를 대상으로 절반의 쥐에게는 백신 접종 전 저지방 식단을 주고 절반은 계속해서 고지방식을 먹였다. 약 한 달 후 모든 쥐가 독감에 노출됐을 때, 접종 전 저지방식을 먹인 쥐는 고지방식을 먹은 쥐나 나중에 식단을 바꿔 체중을 줄인 쥐보다 더 나은 면역 반응을 보였다.
연구진의 당초 예상과 달리, 비만 상태에서 백신을 접종한 쥐가 이후 건강한 체중이 됐을 때는 결과가 개선되지 않았다. 백신 접종 4주 전 건강한 식단으로 전환했던 경우에만 생존율이 크게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신진대사 건강이 좋지 않을 경우 면역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항바이러스 반응에 관여하는 면역세포인 T세포는 백신 접종 당시 대사 건강이 좋지 않았던 쥐가 이후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또한 백신 접종 후 건강한 식단을 섭취하고 정상 체중이 됐더라도, T세포의 기능은 개선되지 않았다. 그러나 백신 접종 전 건강한 식단을 먹인 쥐의 T세포 기능은 개선되어 이후 독감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강력한 항독감 효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백신 접종 시점에 대사적으로 건강한 쥐의 T세포가 제 역할을 더 잘 수행할 수 있었다”며 “건강한 식습관을 통해 작동하지 않던 세포가 제대로 기능하게 됐지만, 이는 접종 전 전환이 이루어진 경우에만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만의 표현형(생물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여러 가지 특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신진대사 건강이 중요했으며, 실제로 차이를 만들어낸 건 백신 접종 시점의 신진대사 건강이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가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 가정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번 연구는 비만인 사람들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이해하기 위한 시작이 될 수 있다”며 “확실하지는 않지만 GLP-1 약물 사용의 결과가 체중 감소와 대사 건강 개선이라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미생물학(Nature Microbiology)》 저널에 ‘Diet switch pre-vaccination improves immune response and metabolic status in formerly obese mice’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