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콩팥 심었다"...유전자 변형 이종이식 두 번째 성공
기계식 심장 펌프 이식수술과 돼지 신장 이식수술 함께 받은 최초 사례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신장 이식수술을 받은 두 번째 사람이 공개됐다. 신부전과 심부전을 동시에 앓고 있던 54세 백인 여성이었다. 미국 뉴욕대(NYU) 랭곤 헬스 의료진은 이달 초 뉴저지 출신의 중증환자 리사 피사노에게 돼지 신장 이식수술에 성공했다고 24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다.
심장이식과 신장이식이 동시에 필요했던 피사노는 9일간 두 가지 수술을 받았다. 첫 번째는 4일 이뤄진 기계식 심장 펌프 이식 수술이었다. 그리고 8일 뒤인 12일 돼지 신장 이식수술을 받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신장은 생명공학 회사인 유나티드 테라퓨틱스 코퍼레이션(United Therapeutics Corporation)의 유전자 조작 돼지의 것이었다. 이종이식 과정에서 면역거부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알파갈 유전자 발현을 억제시킨 돼지였다. 의료진은 또 이식된 신장 아래에 돼지의 흉선까지 이식했는데 나비모양의 면역기관인 흉선이 돼지 장기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게 환자의 면역체계를 재프로그래밍 해주기 때문이다.
생존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져 인체장기 이식 자격을 받지 못한 피사노는 손자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좀 더 시간을 갖고 싶었다는 뜻을 밝혔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피사노는 “인체 이식 수술이 배제된 후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의사들이 유전자 편집 돼지 신장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얘기해 가족과 의논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유전자 편집 돼지의 신장을 이식한 최초의 환자는 미국의 62세 흑인 남성 리처드 릭 슬레이먼이다. 그는 지난달 16일 미국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대 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의료진에게 수술을 받고 2주 만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피사노의 경우는 좌심실 보조 장치라고도 불리는 심장 펌프를 가진 환자가 장기이식을 받은 첫 번째 사례라고 의료진은 밝혔다. 피사노의 심장펌프 수술을 집도한 NYU 그로스먼의대의 심장 및 폐 이식 학과장인 네이더 모아자미 교수는 “신장을 이식할 후속 계획이 있는 투석 환자에게 좌심실 보조 장치 수술이 이뤄진 것은 세계 최초”라고 말했다.
신장 이식 수술은 외과 과장이자 NYU 랭곤 이식연구소의 로버트 몽고메리 소장이 이끌었다. 몽고메리 소장은 2021년 9월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의 첫 이종 이식수술을 주도했다. 당시 환자는 인공호흡기로 장기를 지탱하던 뇌사자였는데 신장이식이 이뤄진 뒤 소변을 만들어냈다. 그는 이후 뇌사자에게 4건의 유사한 이식수술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