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 해인 살린 뇌 초음파 수술 선구자

장진우 고려대 안암병원 뇌신경센터 신경외과 전문의 인터뷰

고려대 안암병원 뇌신경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신경외과 전문의 장진우 교수는 정위기능 신경외과 분야의 세계적 명의다. [사진=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장진우 교수는 아무도 걷지 않은 눈 밭 위를 수없이 걸어온 의사다. 2012년 이후 수전증, 파킨슨병, 강박장애, 우울증 등 다양한 난치성 신경계 질환에 대하여 세계 최초로 고집적 초음파를 이용한 뇌 수술을 시도한 바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초음파가 단단한 두개골을 뚫지 못할 것이라는 기존 상식을 뒤집는 새로운 치료법이었다.

초음파를 이용한 뇌 수술은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 언급돼 대중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장 교수는 2000년 기존 약물 치료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 파킨슨병 환자 치료에 뇌심부 자극수술(Deep brain stimulation)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장 교수가 만들어 온 눈 밭위의 족적은 뒤를 따라오는 이들에게 더없이 선명한 이정표를 선사했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세계치료초음파학회(ISTU) 제 20차 국제학술대회에서 치료 초음파 연구 분야의 최고 영예로 꼽히는 프라이상(The William and Francis Fry Award) 수상자로 선정됐다. 국내 의료진으로는 최초였다.

올해 3월 고려대 의대 안암병원 뇌신경센터로 자리를 옮긴 장 교수를 만났다. 여러 대 모니터와 자료들에 둘러싸여 기자를 맞은 그는, 논문을 쓰고 있던 중이라 연구실이 어수선해 미안하다며 인사를 건냈다. 세계적 명의 반열에 이미 올라있는 장 교수였지만, 인터뷰 내내 그의 눈이 가장 반짝였던 순간은 과거의 업적이 아니라 미래의 변화를 설명할 때였다.

뇌 기능부위를 정확히 파악해 치료손떨림부터 강박증까지 치료 범위 점차 확대

정위기능 신경외과 의사들은 ‘정밀 타격대’다.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촬영) 등 영상 장비를 활용해 미세한 뇌안의 3차원 공간에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좌표를 찾고 이후 전기자극술, 초음파 등 여러 수술적 방법으로 해당 부위를 치료하는 것이다. 위치가 정해진 상태에서 기능을 치료한다는 뜻에서 정위(定位) 기능이라는 이름이 붙은 정위기능신경외과는 1mm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치열한 정밀(精密)의 세계다.

-정위기능 신경외과를 주로 찾는 환자들은?

정위기능 신경외과는 뇌 신경계 이상으로 생기는 다양한 증상들을 고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수전증이나 파킨슨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전증의 치료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노인이 될수록 많이 겪는 수전증을 포함하는 신체의 떨림은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손으로 하는 모든 행위가 힘들어진다. 심한 경우 혼자 밥을 못 먹는다.

정위기술 신경외과의 영역은 최근 점차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외부 증상이 나타나는 신경계 질환 뿐 만아니라 정신질환의 증상 완화에도 꽤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빠른 속도로 뇌 과학 발달하면서, 미세한 뇌 부위의 상세한 기능들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뇌의 비밀이 더 많이 드러날 수록 정위기능 신경외과가 고칠 수 있는 증상이나 질병은 더 늘어날 것으로 장교수는 예측한다.

-일상에서 얼굴이나 눈 떨림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은데 떨림이 잦다면 병원을 찾는 게 좋을까?

얼굴 떨림은 손 떨림이랑은 조금 발생 기전이 다르다. 흔히 얼굴 떨림 혹은 눈 떨림은 스트레스나 과로 때문에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경과를 보는 게 좋다. 최근에 마그네슘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는 하는데, 마그네슘 결핍은 극히 드물다.

다만 한쪽 눈만 지속적으로 떨리는 경우는 반측성 안면 경련일 수도 있다. 반측성 안면 경련이란 얼굴 근육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갑자기 돌발적으로 경련이나 수축을 일으키는 증상을 말한다. 뇌 혈관이 눌려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떨림은 원인은 수도 없이 많기 때문에 어느 부위든 떨리면 병원에 가서 원인을 감별하는 게 좋다. 그에 맞게 약물 치료를 할 수도 있고, 수술을 통한 치료도 가능하다.

-대표적 치료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

정위기능신경외과는 1995년 뇌심부자극이라고 하는 전기장치 뇌 자극하는 장치가 개발되면서 진일보 했다. 2010년대에 이르러서는 초음파를 활용한 뇌 수술이 크게 발전해 또다른 전기를 맞았다.

뇌심부자극 수술은 뇌 깊은 부위에 전극을 삽입, 문제가 있는 부위에 전기자극을 주는 치료법이다. 뇌에 작은 구멍을 내야 하기는 하지만 과거 고주파를 이용하여 열 응고수술을 하던 것 보다는 훨씬 위험도가 낮고, 치료 강도의 조절도 가능하다. 파킨슨병을 비롯한 여러 신경계 질환의 증상 완화는 물론 강박장애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 치료에도 효과가 있었다. 뇌심부자극 수술은 2005년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신경계 질환에 건강보험급여 적용이 되었다.

초음파 뇌 수술 등 정위기능 신경외과가 열 미래의 가능성은 무궁무진 

– 많은 초음파 뇌수술을 세계 최초로 시도했었다. 최근 수술 현황은 어떤가?

고집적 초음파 뇌 수술은 초음파를 강하게 집중시켜 문제가 되는 부위를 열로 응고시키거나 또는 변화를 유도시키는 새로운 수술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약물 사용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 난치성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수술 중 MRI 시스템을 보면서 치료하기 때문에 정밀도와 안전성이 높고, 개두술로 전기장치를 넣는 뇌심부자극 수술에 비해 훨씬 간단하고 안전하다. 즉 피부를 절개하거나 장치를 넣기 위해 구멍을 뚫을 필요도 없기 때문이며 이러한 안전성으로 전세계적으로도 고집적 초음파 수술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다.

현재 국내 초음파 뇌수술 수준은 국제적으로도 최상위권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일부 대형병원에만 해당 장비가 갖춰져 있고, 초음파 수술은 아직 미국과 일본과 달리 건강보험급여 적용을 받지 못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 이같은 문제는 우리나라의 필수 의료분야인 신경외과 뇌수술분야의 지원 부족과 홀대와 연계돼 있다고 본다. 때문에 앞으로 정부에서 의료 인력 증원에 못지않게 필수의료 분야 지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초음파 뇌 수술 영역 확장은 어디까지 갈 수 있다고 보나?

기존의 초음파를 이용한 열 응고 수술법 이외에 뇌혈관 장벽 개방과 신경기능조절을 이용한 다양한 연구가 전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팀도 알츠하이머 병 (치매)와 약물중독 치료 관련 다양한 임상과 기초 동물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아쉬운 점은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 및 연구등에 정부와 사회의 지원과 투자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도 이같은 난치성 신경계 질환에 대한 다양한 임상 연구 효과에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한다.

실제로 과거 파킨슨병 환자에 대한 세계 최초의 초음파 뇌수술 연구의 지원도 우리나라의 정부 또는 사회 단체가 아닌 영화배우로 본인이 파킨슨병이 걸려 이 분야 연구 지원을 위하여 만든 마이클 J 폭스 재단(Michael J Fox Foundation)에서 50만불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마무리했다. 최근 미국 초음파 치료 재단 (FUS Foundation) 지원으로 올해 가을부터 국내에서 치매환자와 필로폰 중독자들에 대한 초음파 뇌수술의 임상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에 새롭게 시작하는 다양한 임상 연구 결과가 매우 흥미롭게 나올 것 같아 벌써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할 수 있는 임상연구는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국내 정위기능 신경외과의 향후 전망은?

뇌과학과 의료 공학의 발전이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기에 향후 10년간 전세계적으로 정위기능 신경외과 부문의 발전은 정말로 눈부실 것으로 본다. 개인적으로 공대 및 자연대 등과 공동 연구를 진행해본 결과 국내 임상 뇌 과학 분야는 물론 이공계 자원 특히 산업적 지원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국내 정위기능 신경외과 전공자도 매우 적다. 앞서 언급드린 바 여타 필수의료처럼 수가가 지나치게 낮고 어려운 뇌를 다루다 보니 의료사고와 응급상황에 대한 부담이 많아 전공을 하겠다는 학생들도 이제는 거의 없다. 학문적으로 도전 성취할 영역이 많고 동시에 많은 환자들을 도우며 보람도 느낄 수 있는 분야인데도 우리의 기본도 되지않는 열악한 의료 및 사회 환경 때문에 하고 전공할 인력이 이제 거의 없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쉽다. 정부의 강력한 필수의료분야의 지원 그리고 사회에서 난치성 신경계 질환에 대한 관심과 다양한 연구 지원이이 있어야 우리가 세계 무대에서 어느 정도 이분야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윤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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