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당겨 받는데”... 64세까지 보험료 낼 수 있나?
[김용의 헬스앤]
“64세까지 보험료 내라? 퇴직해서 매달 생활비 걱정하는데...” vs “64세까지 가입 기간 늘리면 연금 수령액 늘어난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대표단(500여명)이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는(의무가입) 나이를 현재의 59세까지에서 64세로 올리는 방안에 80.4%가 찬성했다고 22일 밝혔다. ‘더 내고 더 받는’ 개혁안을 선택하면서 가입 기간 늘리기에 동의한 것이다. 시민대표단은 연금개혁 여론 수렴을 위해 성·연령·지역 비율에 따라 구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64세 의무가입 안은 은퇴 시기와 국민연금을 받는 시점 사이의 공백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 크다. 실제로 1969년생의 경우 연금 수령 나이가 65세로 의무가입 연령 59세와 차이가 있다. 연금이 나올 때까지 공백 기간이 너무 길어 수입이 없는 사람들이 고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퇴직 연령을 감안하면 64세까지 보험료를 내는 것이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법적 정년은 60세이지만 실제 퇴직 나이는 50세에도 못 미친다. 통계청의 2023년 자료에 따르면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는 연령은 평균 49.4세였다. 개혁안 마련에 참여한 대학교수들의 정년 65세와 큰 차이가 난다. 대학교수는 국민연금이 아닌 사학연금이나 공무원연금을 받는다. 법적 정년 60세도 일부 공기업이나 대기업 생산직만 해당한다. 많은 기업들이 50세가 넘은 직원들에게 ‘퇴직 눈치’를 주는 것이 현실이다. 영업이익이 크게 나도 ‘세대교체’를 빌미로 명퇴 공고를 내는 기업도 적지 않다.
중소기업 퇴직자의 경우 은행이나 대기업처럼 거액의 명퇴금도 거의 없다. 퇴직금만 달랑 받고 나와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버티면서 생활비를 아껴야 한다. 힘겹게 마련한 집 한 채라도 있으면 월 30만원이 넘는 건강보험료도 내야 한다. 중년의 직장인들은 재취업이 쉽지 않다. 대기업 명퇴 직원의 경우 주된 직장에서의 연봉 1/3 정도에 재취업이 되면 행운이다. 아르바이트 등으로 근근이 생활비를 벌어야 하니 실제 은퇴 나이는 72.3세다.
생활비 마련이 버거운 퇴직자들은 고심 끝에 최후의 보루인 국민연금을 앞당겨 받는다. 수급 개시 연령보다 3~5년 먼저 받으면 수령액이 많이 깎인다. 5년 당겨 받으면 평생 최대 30% 감액된 연금으로 살게 된다. 손해가 막심하지만 당장 먹고 살 돈이 없다. 이런 국민연금 조기 수령자가 올해 100만 명을 넘길 전망이다.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 공표통계’ 자료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으로 조기노령연금 총수급자는 84만9744명이다. 이들에겐 64세 의무가입 소식이 허망할 것이다. 직장에 남아 있으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회사가 절반 분담하지만, 퇴직자들은 보험료 전액을 혼자서 내야 한다.
시민대표단 구성원들은 2개의 연금 개혁안을 살펴보고 토론한 결과, 56%가 ‘보험료율(내는 돈) 13%, 소득대체율(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 50%’ 개혁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22일 나타났다.
다른 안은 ‘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 40%’이었다. 현행 국민연금은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2.5%(2028년까지 40%로 하향 예정)다. 시민대표단이 ‘더 내고 더 받기’를 선택한 것이다. 보험료를 더 내더라고 노후의 버팀목인 국민연금 수령액을 높이는 데 동의한 것이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의 이번 결과는 최종안이 아니다. 또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생각이 다른 여야 정당들을 상대로 합의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21대 국회 임기는 5월 29일까지다. 여야가 연금개혁에 합의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이번 개혁안은 22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기초연금을 받는 사람들의 범위와 관련해서는 ‘소득 하위 70% 현행 유지’가 52.3%였고, ‘수급 범위 점진적 축소’가 45.7%로 오차 범위 내였다.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 개혁의 경우 ‘보험료율 인상’ 69.5%, ‘관련 논의 기구 구성’ 68.3%, ‘직역연금 급여 일정 기간 동결’ 63.3% 순이었다.
젊은 세대들은 “나이 들어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국민연금 재정 고갈을 걱정하고 있다.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기금이 바닥나더라도 국가가 의무적으로 국민연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국민연금 지급 의무 보장’(92.1%)에 가장 많이 동의했다. 매년 거액의 적자를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는 다른 직역연금처럼 국민연금도 국가가 ‘지급 보증’을 서야 한다는 것이다.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국민연금에 대한 국고 투입 방안을 본격적으로 설계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