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보다 두려운 건 '낙인'...뇌전증 당사자들 인식 개선 나서
뇌전증협회, '퍼플즈' 발족...당사자가 직접 기획-활동
국내에서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환자와 가족이 직접 나서는 활동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한국뇌전증협회가 지원하는 해당 프로그램은 오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재 협회 사무처에서 뇌전증인식개선 프로그램인 '퍼플즈'의 발족식을 개최한다.
퍼플즈는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로 구성된 뇌전증 인식개선 활동가를 지칭하기 위해 뇌전증을 상징하는 '보라색'(purple)에서 이름을 지었다.
한국장애인재단의 지원으로 진행하는 해당 프로그램은 지난 2월 말부터 모집을 시작해 총 10명을 선발했다. 수도권과 경상권, 제주권 등 3개 권역에서 뇌전증 환자와 가족이 직접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활동한다.
특히, 뇌전증 당사자들이 그간 경험해 온 현실을 반영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해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편견을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과 지역사회 교육 등을 실행할 예정이다.
김흥동 협회장(강북삼성병원 소아청소년과)은 "뇌전증 당사자들이 직접 능동적인 활동을 진행한다는 것에 매우 큰 기대를 하고 있다"면서 "퍼플즈 활동을 통해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이 더 이상 숨지 않고 사회로 당당히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 37만 뇌전증 환자의 최대 괴로움은 사회적 편견
한편, 국내에는 37만 명가량의 뇌전증 환자가 있다. 이들 환자를 실제로 가장 크게 괴롭히는 요인은 사회적 편견이다.
뇌전증이란 질병에 의한 신체적 증상은 일시적 발작 정도다. 최근에는 70% 이상의 환자가 약물과 수술 치료를 통해 충분히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증상보다 더 어려운 문제는 뇌전증으로 인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사회·경제적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정신·사회적 기능 이상을 함께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흥동 협회장은 "진료실에서 환자들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지난 13년간 학회와 현장 의사들이 문제를 해결하려 진료실 밖을 뛰어다녔다"면서 "결국 국가가 관리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뇌전증 전문가들은 뇌전증 환자의 치료접근성 개선과 사회적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뇌전증 관리지원법 제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목적에서 1965년 설립한 협회의 관련 활동 역시 활발하다. 뇌전증관리지원법 제정촉구 캠페인과 함께 초·중·고교 뇌전증 발작대처 포스터 배포, 대학생 서포터즈(에필라이저) 및 인식개선 청소년기자단 운영, 학교에서의 발작 대처방안을 안내하는 웹툰 제작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응급구조사와 교사, 경찰 등을 상대로 뇌전증 환자에 대한 안전한 응급조치 교육도 확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교육이 필요한 기관과 학교는 협회 사무처(02-394-2320)으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