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에 피해 일파만파..."환자는 생명, 노동자는 생계 위협"
환자단체 "말기 암환자 치료 더 이상 안해...호스피스 병동행"
의대 증원으로 촉발한 의정갈등이 두 달째 이어지며 환자와 의사·간호사를 제외한 노동자들에게 그 피해가 번지고 있다. 이에 환자단체와 의료계 노조는 정부와 의료계에 그들의 피해를 고발하며 '진료정상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22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종조합(보건의료노조)와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해 진료 정상화를 촉구했다. 현장에는 △보건의료노조 최희선 위원장 △보건의료노조 박민숙 부위원장 △보건의료노조 이은영 지부장 △한국중증질환연합회 김성주 회장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백민환 대표 등이 참석했다.
보건의료노조 곽경선 사무처장 개회사에서 "중증·응급 환자들은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고 병원의 비상경영 체계 선포로 병원 현장 노동자들은 임금체불·무급 휴가·희망퇴직 등 두 달 넘게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 여야당은 초당적인 태도로 조속한 진료 정상화 올바른 의료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화의 장을 빠르게 열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취지 발언에서 최희선 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환자들의 잘못도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잘못도 아니다. 지금껏 참고 기다렸다면 이제는 참지 않겠다"며 "환자와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정부와 의사 단체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김성주 회장은 최근 정부가 증원된 의대 정원은 50~100% 사이로 감축해서 받겠다는 한발 양보한 입장에도 의료계는 '원점 재논의'만을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에 의료개혁 특위 위원장으로 배정된 노연홍은 중환자실·응급실 의료인 이탈방지법을 만드는데 노력해야 한다"며 "현실을 직시해 이 문제를 국민과 환자 입장에서 냉정하고 합리적인 대책을 준비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환자단체 "이제 더는 살 수 있는 기회가 없어져"
현장에서 한국췌장암환우회 최희승 부대표는 "대한민국 의료현장은 더 이상 치료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이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말기 암 환자에게 항암치료 내성이 생기면 더 이상 치료할 방법이 없으니 내원을 하지 말라고 통보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수 개월간 치료를 받던 환자가 최근에 항암 중 뼈로 전이 됐지만 상황이 좋지 않아졌다고 병원 측으로부터 통보 받았다"며 "그 환자와 보호자는 조금 더 치료 기회가 있었으면 했으나 병원 측에서 바로 호스피스 병동을 알아보고 더 이상 내원은 하지 말라고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계선상에 있는 환자들이 호스피스 병동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은 전공의 사직사태로 발생한 최악의 사례"라고 말하며 " 의료현장은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것인지 의료계의 조건과 정부의 협상안은 너무 멀고 기다리는 시간이 고통스럽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환자들은 생명, 노동자는 생계 위협...의·정·당에 바라는 것은
먼저 환자단체는 의료계에 호소했다.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백민환 대표는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는 누가봐도 억지 주장이며 의정 일대일 대화를 하자는 것은 특권적 발상"이라며 "의료계는 국민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의료개혁 논의가 진행되고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도록 의사단체는 사회적 대화에 참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의료개혁을 포기하는 것은 국정쇄신이 아리나 국정폐기"라며 "조속한 진료 정상화와 올바른 의료개혁을 위한 대화 의제, 대화 방식, 대화 일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라"고 말했다. 또한 "강압적 태도로 의사단체를 벼랑 끝으로 내몰지 말라"며 "국민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 대화를 제시한다면 의사들의 태도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보건의료노조 박민숙 부위원장은 국회에 "살릴 수 있는 환자들이 죽어가는 의료현장이 가장 절박한 민생현장"이라며 "국민들을 대표해 의사단체를 만나달라.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설득해 달라"고 읍소했다.
이어 "붕괴위기로 치닫는 필수·지역·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한 올바른 의료개혁 방안을 도출해 달라"며 "여야를 막론하고 초당적으로 협력해 사회적 대화를 성사시켜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