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영원한 화학물질’?...미국서 퇴출 본격화하나
프라이팬 코팅제-방수복 등 활용 '과불화화합물', 美 EPA 유해물질 지정...정부가 기업에 정화비용 청구 가능해져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의 두 유형인 과불화옥탄산(PFOA)과 과불화옥탄술폰산(PFOS)의 제조와 배출에 책임이 있는 기업에 대해 미국 정부의 정화 비용 청구가 가능해졌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19일(현지시간) PFOA와 PFOS를 연방정부 차원의 환경정화법인 '슈퍼펀드법' 상의 유해물질로 지정했기 때문이라고 미국 CNN이 보도했다.
PFAS는 물과 기름이 스며들지 않게 하기 위해 탄소와 불소를 결합시킨 화학물질로 1930년대 처음 발견된 이후 다양한 형태로 대량 생산됐다. 자연 상태에서 가장 강한 화학적 결합을 보여 섭씨 1000도 넘는 고열로 소각하지 않는 한 분해하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플라스틱처럼 토양과 물에 축적됐다가 식수와 음식물로 우리 몸에 침투해 점점 많이 쌓이게 되면 건강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번에 유해물질로 지정된 PFOA와 PFOS는 프라이팬의 표면을 매끄럽게 해주는 테프론과 소방용 발포제, 방수복 등으로 오래 사용됐다. 2000년대 들어 건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현재는 제조가 금지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수백 가지의 생활용품과 식수시스템에서 발견되고 있다. 미국 인구 97%의 혈액 속에서 검출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유해물질 지정은 이들 물질이 인체 건강에 위협이 되며 암과 선천적 결함을 유발할 수 있음이 연구결과로 입증됐다는 뜻이다. EPA는 이들 화학물질 노출과 암, 심장 및 간 질환, 영유아의 면역 및 발달 손상과 연관돼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EPA가 미국의 식수에서 ‘영원한 화학물질’에 대한 새로운 제한을 발표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이뤄진 것이다. 특히 이번 유해물질 지정은 포괄적인 환경처리와 배상, 책임을 묻는 슈퍼펀드법에 의해 이뤄짐에 따라 EPA는 이러한 유해 화학물질의 누출과 유출을 조사하고 오염된 지역을 신속하게 정화할 수 있게 됐다. 또 이러한 화학물질로 인해 오염된 지역사회를 정화하기 위해 오염자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마이클 리건 EPA 청장은 “이들 화학물질을 슈퍼펀드법 상의 유해물질로 지정함으로써 EPA는 더 많은 오염된 현장에 접근하고, 조기에 조치를 취하고, 신속하게 정화화는 동시에 오염자가 지역사회의 건강을 위협하는 오염을 정화하기 위한 비용을 지불하도록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PA는 이들 화학물질을 제조하고 방출하는 데 귀책사유가 있는 기업을 겨냥한 별도의 시행령도 발표했다.
환경운동가들은 좋은 시작이라며 이를 반겼다. 환경워킹그룹(EWG)의 데이비드 앤드류스 조사부국장은 “너무 오랫동안 독성 PFAS의 무분별한 사용과 폐기로 인해 식수부터 식량 공급까지 광범위한 오염이 발생했다”면서 “오염지역을 정화하고, 향후 오염물질의 방출을 근절하고, 추가 노출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려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운동가들은 더 나아가 1만2000가지가 넘는 형태의 PFAS 전체를 유해물질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 아메리카(Environment America)’ 연구 및 정책 센터의 리사 프랭크 이사는 “2024년 현재 수백 만 명의 미국인이 우물, 농산물, 의류가 독성 화학물질에 오염됐는지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며 "이제 우리는 모든 곳의 독성 PFAS의 수도꼭지를 잠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