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호흡기질환의 공기 전파 위험 대폭 수용

비말 전파와 공중 전파를 ‘공기를 통한 전파’로 통일

WHO는 코로나19, 독감, 홍역 등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모든 병원체 입자를 ‘감염성 호흡기 입자'(IRP·Infectious Respiratory Particle)로 통일하기로 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세계보건기구(WHO)가 호흡기질환의 공기 전파 관련 용어를 대폭 수정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공기에 의해 전파될 수 있음을 한동안 인정하기 거부했던 WHO의 뚜렷한 태도 변화라고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외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HO는 이날 코로나19, 독감, 홍역 등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모든 병원체 입자를 ‘감염성 호흡기 입자'(IRP·Infectious Respiratory Particle)로 통일하기로 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WHO 기술 자문 그룹 산하 수백 명의 과학자들과 협의해 작성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또 ‘공기를 통한 전파(transmission through the air)’이라는 문구는 감염성 호흡기 입자가 공기 중으로 떠다니며 확산되는 경우를 설명할 때 사용될 수 있다.

‘공기를 통한 전파’는 2개 하위 범주를 갖는다. ‘공중 전파(airborne transmission)’와 ‘직접 침착(direct deposition)’이다. 공중 전파는 감염성 호흡기 입자가 기침이나 재채기 등 공기 중으로 배출돼 이를 흡입한 다른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는 경우를 말한다. 직접 침착은 감염성 호흡기 입자가 공기 중으로 배출되어 다른 사람의 입, 코 또는 눈에 직접 닿아 잠재적으로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를 뜻한다.

WHO의 호흡기질환 병원체의 전파 방식은 종전에 세 가지로 분류됐다. 첫 번째는 ‘접촉 전파(contact transmission)’으로 감염된 사람이나 오염된 물건을 직접 만져서 감염되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는 ‘비말 전파(Droplet transmission)’로 감염자가 기침, 재채기를 할 때 5㎛(500만분의 1m) 이상의 비교적 큰 침방울이 1~2m 내 가깝게 있던 사람의 눈, 코, 입에 직접 닿아 전염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공중 전파(Airborne transmission)’로 5㎛ 미만의 작은 방울이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공기 감염은 결핵과 홍역 같은 극소수의 감염병에 국한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코로나19가 출현했을 때 WHO는 접촉 전파 또는 비말 전파를 통해 단거리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홍콩대의 기계공학자인 리워궈(李玉國)를 필두로 한 많은 과학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퍼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팬데믹이 진행됨에 따라 과학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실제로 부유하는 작은 물방울 속에서 장거리로 퍼질 수 있다는 증거를 발견함에 따라 코로나바이러스의 공기 전파를 인정해줄 것을 WHO에 요구했다. WHO는 한동안 이를 거부하다가 2021년 말 뒤늦게 이를 수용했다.

WHO는 이를 계기로 리 교수가 공동의장으로 참여하는 40명의 자문단을 구성해 병원균이 퍼지는 방식을 분류하기 위한 공식 지침의 업데이트를 요청했다. 리 교수 등은 공기 중 떠다니는 물방울의 크기를 5㎛가 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자의적 이분법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큰 물방울도 공기 중에 오래 떠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근거리 감염이 단지 기침과 재채기를 통해서만 질병이 퍼진다는 증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감염된 사람들은 또한 근처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흡입되는 숨이나 대화를 통해 비말을 내뱉을 수 있다.

2년 이상 자문단의 논의 끝에 발표된 보고서는 3가지 전파 방식을 ‘접촉 전파’와 ‘공기를 통한 전파’ 2가지로 줄였다. 비말 전파와 공중 전파를 하나로 합쳐 물방울 크기나 거리 확산에 의존하지 않는 더 넓은 범주로 묶은 것이다. 그리고 다시 ‘공기를 통한 전파’의 하위 범주로 ‘공중 전파’와 ‘직접 침착’을 제시한 것이다.

WHO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같은 각국 보건기구의 동의를 얻은 뒤 이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로운 보고서는 공기를 통한 전파를 통해 질병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들 보건기구들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어떠한 권고도 담지 않았다. 그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 저자들은 인정했다.

전통적으로 공기 전염 질병을 통제하기 위한 병원 지침은 미세한 물방울을 흡입하지 않도록 음압 격리실, N95 마스크 및 기타 보호 장비와 같은 값비싼 조치를 요구한다. 그러나 어떤 질병이 그러한 종류의 통제를 보장하는지 그리고 병원 밖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WHO의 용어 개정이 호흡기질환 관리 지침의 혼선과 비용의 증폭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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