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이 부위' 제거했더니...약도 안 듣는 뇌전증 좋아져
해마의 꼬리 부위인 파시올라 시네레움 제거하자 발작 83% 줄어
약물 치료도 안 듣고 수술해도 발작이 줄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경우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뇌 부위를 제거하면 발작이 확연히 줄어들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의 변연계에 위치한 해마의 꼬리부위에 위치한 파시올라 시네레움(fasciola cinereum·FC)을 제거하면 발작의 83%가 줄어들었다는 것. 17일(현지 시각) 《네이처 의학(Nature Medicine)》에 발표된 미국 스탠퍼드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보도한 내용이다.
해마는 귀 높이 근처의 좌우 반구 깊은 곳에 위치해 있다. 그 형태가 머리를 뇌의 앞쪽을 향하고 옆으로 누워있는 해마(Sea horse)처럼 보인다고 하여 해마의 라틴어 학명(hippocampus)을 갖게 됐다.
그 해마 형태의 꼬리 부위의 명칭이 파시올라 시네레움이다. 논문의 주저자인 스탠퍼드대 의대의 이반 솔테즈 교수(신경외과 및 신경과학)는 “해마는 지금까지 뇌에서 가장 잘 연구된 부분이지만 파시올라 시네레움에 대해서는 충격적으로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약물 치료가 효과가 없을 때 뇌전증 치료의 표준은 수술이다. 특히 ‘내측 측두엽 뇌전증(MTLE)’의 발작은 두 가지 특정 뇌 영역, 즉 감정 처리에 관여하는 아몬드 모양의 구조인 편도체와 기억 형연성에 필요한 영역인 해마에서 발생한다. 편도체와 해마는 뇌의 좌우에 대칭구조로 존재하는데 종종 어느 한쪽에서만 발작이 발생한다.
따라서 의사는 전극 이식을 통해 발작을 일으키는 부위를 파악한 다음 수술을 통해 해당 구조를 절제하거나 레이저로 해당 부위를 태워서 제거한다. 편도체와 해마는 뇌의 양쪽에 존재하기에 어느 한쪽 부위를 제거한다 해도 기억 형성 능력을 유지하며 일반적으로는 부작용이 최소화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수술을 받은 환자의 3분의 1은 발작이 줄어들지 않는다. 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진은 전극을 사용해 뇌전증 환자 6명의 뇌 발작이 발생하는 위치를 추적했다. 그 결과 해마의 꼬리 부위에 위치한 파시올라 시네레움의 신경세포가 활성화된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동물실험을 통해 파시울라 시네레움 부위 신경세포 활동이 중단되면 생쥐의 발작 기간이 단축되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레이저로 6명 환자의 파시올라 시네레움을 제거했다. 환자 중 한 명은 이미 편도체와 왼쪽 해마 대부분을 태우는 레이저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레이저 수술 결과 환자들의 발작이 83%나 감소한 걸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뇌 양쪽의 편도체와 해마에서 발작이 발생하는 환자의 경우에도 파시올라 시네레움이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억 형성 능력을 보존하기 위해 이 환자들은 발작이 시작되기 전에 전기 충격을 가해 발작을 중단시키는 장치를 해마에 이식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스탠퍼드대 의대의 신경외과 레지던트인 라이언 자미올코프스키 박사는 “어떤 환자가 파시올라 시네레움과 관련된 발작을 앓고 있는지 알면 절제나 신경자극을 통해 이를 목표로 삼을 수 있으며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단일 접근 방식보다 환자를 더 잘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24-02924-9)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