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빼려 먹었는데 코골이 나았다"...체중감량제 의외의 효과?
티르제파티드 52주 복용한 100명 시간당 27.4~30.4건 호흡곤란 증세 감소
체중감량제가 수면 무호흡증 치료 효과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체중감량제 젭바운드와 당뇨치료제 마운자로의 약물 성분인 티르제파티드 제조사인 일라이릴리는 티르제파티드가 수면 무호흡증 증세를 확연히 줄여준다는 임상시험결과를 17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수면 무호흡증은 수면 중에 기도가 막히면서 호흡이 중단되는 현상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대부분 코를 골다가 발생하며 숙면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두통과 졸음으로 잚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수면무호흡증 증세가 지속되면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뇌졸중 및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수면 무호흡증에 대한 치료제는 아직 없다. 대신 입 속에 공기를 불어넣어 기도가 폐쇄되는 것을 막는 양압(CPAP) 장치를 착용하고 수면을 취하게 한다. 하지만 양압기 착용이 거추장스럽기 때문에 이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릴리는 티르제파티드의 수면 무호흡증 치료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2가지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각각의 임상시험에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200명의 비만 성인이 참여해 52주간 매주 1회 티르제파티드를 맞은 100명과 위약을 주사한 100명의 증세차이를 비교했다.
첫 번째 임상시험은 양압기를 사용할 수 없거나 사용의사가 없는 비만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티르제파티드군은 시간당 평균 27.4건의 호흡곤란 증세 감소를 보인 반면 위약군은 시간당 4.8건의 감소만 나타났다. 같은 기간 티르제파티드 투약군의 체중은 평균 20.1%가 줄었고, 위약군은 2.3% 감소했다.
두 번째 임상시험은 양압기를 사용하는 비만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티르제파티드군은 시간당 평균 30.4건, 위약군은 시간당 평균 6건의 수면 무호흡 증세 감소가 나타났다.
릴리는 6월 미국당뇨병학회 연례회의에서 연구 결과를 추가로 공유할 계획이며, 올 여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수면 무호흡증 치료제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릴리의 제프 에믹 제품 개발 담당 수석 부사장은 “미국 성인 가운데 최대 8000만 명이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을 앓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4분의 1은 증상이 심각한데도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티르제파티드는 이 기저 질환에 대한 최초의 의약품 치료법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는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800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릴리의 티르제파티드와 노보노르디스크의 세마글루티드(체중감량제 위고비와 당뇨병치료제 오젬픽의 약물성분)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의 의약품이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췌장 글루카곤의 분비를 억제해 혈당 상승과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릴리는 티르제파티드를 수면 무호흡증 치료제로 승인받으면 의료보험 급여 보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의 국가의료보험인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는 최근 심장병 등을 관리하는 목적이라면 체중 감량 신약을 급여로 보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티르제파티드의 정가는 한 달에 약 1000달러이지만 보험사들은 훨씬 적은 비용을 지불한다. 릴리는 이 약을 보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한 달에 55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릴리의 보고서는 다음 링크(https://investor.lilly.com/news-releases/news-release-details/tirzepatide-reduced-sleep-apnea-severity-nearly-two-thirds)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