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뇌졸중 사망자, 한 해 50만 명 넘어"
고온은 혈액 응고로, 저온은 혈관 수축으로 뇌졸중 증가시켜
2019년 한 해에만 세계적으로 50만 명 이상이 기후변화로 인한 뇌졸중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10일(현지시간) 《신경학(Neurology)》에 발표된 중국 중난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CNN이 보도한 내용이다.
뇌졸중은 이미 심각한 건강 문제이다. 전 세계적으로 장애의 세 번째 주요 원인이며,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초기 연구에서 나타났다.
연구진은 1990년~2019년 204개 국가 및 지역의 기온과 뇌졸중의 상관관계를 추적했다. 연구진은 질병, 사망 및 장애에 대한 글로벌 데이터와 기온, 구름 덮개 및 날씨 변수를 포착하는 기후 데이터를 사용하여 모델을 구축했다.
그 결과 199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고온과 저온에 의한 뇌졸중이 증가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남성이 여성보다 극한 기온과 관련된 뇌졸중을 더 많이 겪고 있지만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인구 고령화와 증가로 인해 뇌졸중에 걸린 사람들의 수가 증가했지만, 이것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최적화되지 않은 기온’이 변화의 원인으로 2019년에는 이상 더위나 이상 추위로 뇌졸중에 걸린 사람의 수가 1990년보다 크게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2019년에는 저온으로 인해 뇌졸중 발생 건수가 증가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해 직관에 반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추운 기온은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한다. 육지의 더 따뜻해 진 기온은 극지 주의 조밀하고 차가운 기단인 극 소용돌이(polar vortex)가 방해받게 되는데 극 소용돌이가 약해지면 기온이 더 낮아질 수 있다.
현재 극한 기온과 관련된 뇌졸중 사망은 빈곤층이 많고 의료 시스템이 취약한 지역에 불균형적으로 집중되어 있다. 지역적으로는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로는 북마케도니아와 몽골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지구가 더워지면서 고온으로 인한 뇌졸중 부담이 “급격히 증가” 했으며 앞으로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밝혀다. 더 높은 기온은 이미 찾아왔다. 작년은 과학자들이 1850년 지구 기온을 기록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따뜻한 해였으며, 앞으로 기온은 더 많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월은 기록상 가장 더운 3월이었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메리 라이스 교수는 “기온으로 인한 뇌졸중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총 부담은 사실 매우 큰 숫자”라면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하는 건강문제를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훌륭한 연구라고 평가했다. 보스턴에 있는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 센터(BIDMC)의 폐전문의인 그는 지난 4일 《과학의 최전선(Frontiers in Science)》에 기후변화가 알레르기, 천식, 자가면역질환, 암과 같은 면역 매개 질병의 증가를 주도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 위기와 함께 오는 극단적인 기온이 왜 그렇게 많은 뇌졸중을 일으키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지난달 《뇌졸중(Stroke)》에 발표된 연구가 이를 설명해준다. 기온이 지나치게 높으면 신체가 땀을 흘려 체온을 조절하고 식히기가 어렵다. 이로 인해 혈액이 쉽게 응고돼 뇌졸중 위험이 높아지는 혈액 응고 과다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고온으로 인해 탈수상태가 되면 심장이 너무 많은 일을 하게 돼 뇌졸중이나 심장마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극심한 추위도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 신체가 추위에 노출되면 피부의 추위 수용체를 자극해 신체의 ‘투쟁 또는 도피 반응’을 제어하는 신경 네트워크인 교감 신경계를 촉발한다. 이로 인해 피부, 팔, 다리의 혈관 수축을 유발해 혈압 급등과 잠재적 뇌졸중으로 이어지게 된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eurology.org/doi/10.1212/WNL.0000000000209299)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