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와 더 잘 싸워"...슈퍼 CAR-T세포 만드는 기술 나왔다
FOXO1이란 단백질 과발현하면 암세포와 더 오래 더 잘 싸우게 돼
암세포 맞춤형 면역세포인 CAR-T세포(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를 줄기세포화해 그 전투력을 더 향상시키는 기술이 개발돼 혈액암뿐 아니라 고형암 치료에도 효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0일(현지시간) 나란히 《네이처》에 발표된 별개의 2개 논문을 토대로 《네이처》가 보도한 내용이다.
CAR-T세포는 암이나 다른 질병으로 치료를 받을 사람의 혈액에서 분리된 면역세포인 T세포로부터 만들어진다. 이들 T세포는 질병을 유발하는 세포의 표면에 있는 키메라항원수용체(CAR)라는 특정 단백질을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유전적으로 변형된 뒤 다시 주입되는 것이 CAR-T세포다.
하지만 암을 제거할 수 있을 정도로 세포를 오래 활동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백혈병 같은 혈액암 에선 유효해도 폐암과 유방암처럼 장기에 생기는 고형암에서는 한계를 보였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CAR-T세포가 신체에서 더 빨리 증식하고 더 오래 지속되도록 도울 수 있는 더 나은 방법들을 찾고 있다.
그런 연구의 일환으로 미국 스탠퍼드대의 크리스탈 맥콜 교수(면역학)와 펜실베이니아대의 에반 웨버 교수(세포 및 유전자치료)가 이끄는 연구진은 백혈병 환자를 치료하는데 사용되는 CAR-T세포의 샘플들을 비교했다. 일부는 암 치료에 좋은 반응을 보였고 일부는 그렇지 않았다.
연구진은 T세포에서 유전자 활성을 조절하는 마스터 스위치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무엇인지를 분석했다. 항암치료에서 좋은 반응을 끌어낸 CAR-T세포에서 더 활동적인 41개 유전자 세트를 발견했다. 41개 유전자는 모두 FOXO1이라는 마스터 스위치 단백질에 의해 조절되는 것으로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어 CAR-T세포를 변형해 평소보다 많은 FOXO1을 생산하도록 했다. 그러자 이들 CAR-T세포에서 유전자 활성화가 암을 인식하고 이에 빠르게 반응하는 T 기억 줄기세포(T memory stem cell)의 유전자 활성화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조작된 CAR-T세포들을 다양한 종류의 암을 가진 생쥐들에게 주입했다. 추가적인 FOXO1은 CAR-T세포가 고형암과 혈액암 모두를 더 잘 제거하도록 했다. 줄기세포와 유사한 이들 세포는 일반적인 CAR-T세포보다 쥐의 종양을 더 완전히 수축시켰고 몸에서 더 오래 지속됐다.
호주 피터 맥컬럼 암센터의 면역학자 필립 다아시, 준윤 라이, 폴 비비스가 이끄는 별개의 연구진은 다른 방법들로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은 일부 임상시험에서 CAR-T세포와 함께 투여되는 면역 신호 분자인 IL-15의 효과를 조사하고 있었다. IL-15는 T세포를 줄기세포와 같은 상태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세포가 암과 싸우기 위해 성숙하는 대신 거기에 갇혀 있을 수 있다.
연구진은 CAR-T세포의 유전자 활성을 분석한 결과, IL-15가 FOXO1과 관련된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CAR-T세포가 매우 높은 수준의 FOXO1을 생산하도록 조작한 결과, 유사 줄기세포처럼 성숙해져 지지치 않고 암과 싸우는 것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또한 매우 높은 수준의 FOXO1이 CAR-T세포의 대사를 향상시켜 쥐에게 주입했을 때 훨씬 더 오래 지속되도록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맥콜 교수는 FOXO1을 과발현시킨 CAR-T세포를 암에 걸린 사람들에게 임상 시험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어 보이지만 어떤 사람과 어떤 종류의 암을 대상으로 해야 할지는 선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이시 박사는 2년 이내에 임상시험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웨버 교수는 백혈병 환자에게 유전자 조작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의 c-Jun이라는 또 다른 마스터 스위치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설계된 CAR-T세포를 투여하는 또다른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임상시험의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맥콜 교수는 동일한 시스템이 FOXO1에도 적용될 수 있으며 c-Jun과 FOXO1 두 단백질을 동시에 과발현하면 더욱 강력한 CAR-T세포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연구진의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300-8)에서, 호주 연구진의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242-1)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