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나는’ 담뱃갑 경고그림, 금연율 상승엔 ‘글쎄?’
[박효순의 건강직설]
한국은 2016년부터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부착한 담배가 판매되기 시작했다. 현재 담뱃갑 앞면 30%에 경고그림 및 경고 메시지가 들어가 있다. 2년 주기로 교체되어 2022년 12월부터 4기 경고그림이 적용 중이다.
지금까지 사용된 담뱃갑 경고그림은 폐암, 후두암, 구강암, 심장질환, 피부노화, 간접흡연, 임산부흡연, 뇌졸중, 조기사망, 성기능장애, 치아변색 등 20가지가 넘는다.
올해 12월부터 담뱃갑 포장지에 표기되는 5기 경고그림이 더 충격적으로 바뀔 예정이다. 지난 3일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흡연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나 건강 위험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기존의 그림 주제 10종 가운데 임산부 흡연과 조기 사망과 같은 다소 애매한 것은 삭제하고 안질환과 말초혈관질환 환자의 환부를 찍은 사진으로 교체했다. 문구도 그냥 ‘후두암’, ‘구강암’, ‘폐암’이 아니라 ‘후두암으로 가는 길, 구강암으로 가능 길, 폐암으로 가는 길’ 등으로 더 찜찜하고 기분 나쁘게 묘사한다.
하지만 이런 충격요법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계명대 심리학과 윤혜영 교수의 연구 논문 ‘담뱃갑 경고그림에 대한 정서 및 인지 평가와 금연의도의 관계’에 따르면, 담뱃갑의 경고그림은 비흡연자들에게 상당한 공포와 각성을 유발하지만 흡연자들의 금연 의도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교수는 395명의 흡연자와 비흡연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담뱃갑에 부착된 경고그림의 금연 효과성, 도움 정도, 정서 반응의 차이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흡연자들의 경우 담뱃갑 경고 그림에 대한 정서적, 인지적 평가와 금연 의도는 상관이 없었다. 즉 흡연자들의 담뱃갑 경고그림에 대한 혐오, 공포, 각성 수준과 금연 의도는 아무런 상관도 보이지 않았다.
이 연구 결과는 흡연자들이 담뱃갑 경고그림을 봐도 무덤덤하거나, ‘깜놀’ 하더라도 금연에까지는 상당히 역부족일 것이란 추론을 가능케 한다. 흡연자들이 경고그림에 혐오감을 경험하긴 하지만, 공포나 두려움과 같은 감정은 경험하지 않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비흡연자들은 담뱃값 경고그림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게다가 담배 회사들이 경고 문구 표기에 ‘쉴드’를 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에 따르면 KT&G와 필립 모리스 등 국내외 담배 회사들이 출시한 일반 담배 제품에서 ‘보호색’ 작전을 쓰고 있다. 담뱃갑 경고 문구의 바탕색이 담배 포장지와 동일하거나 경고 문구가 잘 보이지 않는 색상을 사용하는 것이다.
흡연자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면서 요즘은 대도시 건물 밖의 흡연 허용 공간에서 남녀노소가 여기저기 옹기종기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연출한다. 가래침까지 뱉어가면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바닥이나 음료수병·테이크아웃 종이컵에 처넣고 가버리는 몰상식을 보면 ‘연민의 정’마저 사라진다.
담뱃갑 경고그림과 문구에 대한 더 세세하고 꼼꼼한 정책과 대책의 확장이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면, 내용에 제한이 있고 게다가 엄청나게 비싼 TV광고 대신에 길거리 흡연 공간에 전광판을 만들어 ‘폐암으로 가는 길, 구강암으로 가는 길’ 영상을 틀거나, 기존에 운영되는 대형 전광판을 활용한 화끈한 경고그림 노출 같은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