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 좋다" 관객 호응도 일품...명의가 펼친 우리소리 한마당
비뇨의학계 거목 김세철 교수, 두번째 공연...'치유의 리듬' 출간 기념회도 함께
봄 날씨가 완연했던 6일 오후 서울남산국악당에서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국내 의학계의 거목 김세철 중앙대 명예교수(78·현 이윤수·조성완 비뇨기과의원)가 펼쳐낸 우리 가락과 춤사위 한마당이었다.
비뇨의학, 성의학, 면역불임학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중앙대의료원장, 명지의료원장 등을 역임한 김 교수의 개인 공연은 2021년에 이어 두번째다. 이번 '명의 김세철의 풍류 2' 공연은 예술치료 분야의 새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저서 '치유의 리듬' 출간기념회도 함께 열렸다.
오후 3시 공연이었지만 의학계는 물론 예술치료계의 다양한 인사들이 공연장을 찾은 탓에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 공연장 입구는 일찍부터 북적였다. 302석에 달하는 객석 역시 빈 곳이 거의 없었다.
봉은국악합주단의 강원도아리랑으로 문을 연 공연에서 김세철 교수는 정선아리랑을 비롯해 금강산타령, 노랫가락 등 다양한 민요를 선보였다. 전문 국악인이 아닌 아마추어인 김 교수의 공연이었지만, 관객석의 호응은 어느 공연보다 뜨거웠다. 각 무대에 공연자가 등장할 때마다 따뜻한 박수갈채가 이어졌으며, 공연 중간중간 관객석에서는 '얼씨구' '좋다'와 같은 자연스러운 추임새가 나오면서 분위기를 더 흥겹게 했다.
이날 공연의 백미 중 하나는 무려 232구로 돼 있는 회심곡 공연이었다. 회심곡은 불교포교 가사로 민간에 꾸준히 전송된 노래 중 하나다. 한자어도 많고 자주 쓰지 않는 표현들도 있는 탓에 무대 뒷편 스크린에 가사가 띄워져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김 교수는 스크린을 등지고 홀로 무대에 올라 무려 5분이 훌쩍 넘는 곡을 단 한차례의 실수도 없이 소화해냈다.
이날 춤과 소리로 장애와 대인기피를 극복한 김소연 양의 무대도 마련돼 공연을 더욱 뜻 깊게 만들었다.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소연 양은 춤을 배우기 전 팔을 들기 힘들었고, 걸음걸이도 어린아이처럼 위태로웠었다. 그러나 이날 공연에서 과거 그림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소연 양의 팔은 초봄 꽃봉오리처럼 한껏 위로 올라갔다가 어여쁘게 곡선을 그리며 가락을 타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공연 뒤 마련된 출간기념회에서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자 김 교수와도 오랜 인연을 이어온 손진책 연출가를 비롯해 한국음악치료학회장 김경숙 한세대 교수, 대한무용동작심리치료학회장 남희경 명지대 교수 등이 예술치료계 인사들이 자리해 책 출간을 축하했다.
손진책 연출가는 "김 교수께서 춤과 노래를 하시면서 리듬이 곧 치유와 연결됐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신 것 같다. 이 과정도 놀라웠지만, 이 경험을 기반으로 이렇게 놀라운 저작을 펼쳐내신 것에 대해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경숙 교수는 축사에서 "음악의 치료효능은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전문 영역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지가 고민이었는데 의학자의 관점에서 책을 통해 너무 잘 풀어주셨기에 음악치료계를 대표해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남희경 교수는 "이번 책 발간을 통해 김 교수께서 예술치료의 초석을 만들어 주신 것 같다. 의학자의 입장에서 예술이 가지는 심신의학적 효과를 보여준 이번 책은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인사에 나선 김 교수는 "2년에 걸쳐 쉬는 시간없이 책 저술에 매달렸다"면서 "글을 쓰는 과정에서 살펴보니 미국 의학도서관에 등록돼 있는 음악치료 관련 논문은 3만개, 춤은 1만 5000개 정도가 됐다. 우리만 아직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예술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접목인 것 같다.예술을 잘한다고 치료를 잘하는 것이 아니듯 양측에 서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공연에는 김세철 교수와 김소양의 춤 스승인 정주미 선생이 이끄는 정주미재인청예술단이 함께해 팔박굿거리춤, 진도북춤 등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