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에어컨 필요한 이유… "선풍기로 역부족"
“기온 33~35°C가 한계…땀 배출 능력 떨어진 노인에겐, 선풍기 냉각효과 거의 없어”
선풍기는 더위를 물리치는 ‘마법의 총알’이 아니다. 선풍기는 33~35°C 이상에선 몸 안의 땀을 내보내는 데 썩 도움이 되지 않으며, 땀 배출 능력이 떨어진 노인들에게는 특히 냉각 효과가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오타와대 연구팀은 2015년 개발된 특정 기법(인간 열 균형 모델링 기법)을 활용해 여러 모로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선풍기를 틀면 여름 무더위에 몸을 식힐 수 있다는 막연하고 일반적인 생각에 찬 물을 끼얹는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인간 열 균형 모델링 기법을 확장해 다양한 조건과 모델링 가정 하에서 심부 온도(심부 체온)를 추정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시나리오에서 선풍기 사용의 예상 효과를 비교했다. 심부온도는 사람 몸 속의 온도, 즉 심장, 뇌, 대소장, 폐 등 장기 온도를 말한다.
최근 기후 변화로 폭염이 잦다. 매년 열대야 등 폭염 속에서 노약자가 손쉽고 안전한 방법으로 시원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값싸고 쉬운 해결책으로 추천되는 선풍기가 종전에 생각했던 것만큼 무더위에는 썩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집에 에어컨이 설치돼 있다면, 올여름 35°C가 넘는 찜통 더위엔 선풍기 대신 에어컨으로 땀을 식히는 게 좋을 것 같다. 가정용 에어컨 전기료에 대한 정부 당국의 배려도 필요하다.
연구의 제1 저자인 로버트 미드 박사(생리학)는 “고급 모델링 기법과 실험실에서 수행한 폭염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 선풍기는 폭염 시 심부온도를 크게 낮추지 못하고, 에어컨의 냉방 효과에 크게 못 미치는 걸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젊은 성인에게도 선풍기의 냉방 효과는 에어컨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의하면 취약한 사람들에겐 실내 온도를 시원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지만, 에어컨 같은 냉방 전략은 비용이 많이 들고 결과적으로 환경에 해로울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에어컨과 다른 형태의 주변 냉방에 대한 접근성과 지속 가능성을 개선해야 한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글렌 케니 교수(생리학)는 “여름 폭염 상황에선 열사병 등 건강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높은 노인과 면역력이 낮은 사람에 대해, 보건기관이 선풍기에 너무 의존하지 않도록 주의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신 에어컨 등 대체 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다양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는 “선풍기는 공기 순환에 효과적이고 적당한 온도에선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찜통 더위에서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공중 보건 당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A critical review of the effectiveness of electric fans as a personal cooling intervention in hot weather and heatwaves)는 국제학술지 ≪랜싯 행성 건강(The Lancet Planetary Health)≫에 실렸고 미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