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미뤄" 일부 의대, 오늘 수업 재개...집단 유급 우려 여전
전북대 의대, 비대면 수업까지 진행... 유급정원 대학이 수용 어려워
의대생 휴학이 많아짐에 따라 휴강을 거듭하던 대학 중 일부는 오늘부터 수업 재개에 들어간다. 다만 이미 휴학계를 낸 의대생들은 학교로 돌아올 가능성이 작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대학측이 우려한 단체 유급 사태가 사실화되는 셈이다.
통상 대학들은 학칙에서 수업일수 3분의1 또는 4분의1 이상을 결석한 학생에 F학점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의대생들은 한 과목이라도 F학점 처리되면 유급되기 때문에 장기간의 결석이 유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학들은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 사태를 막고자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에 나선 지난 2월20일부터 수업, 실습을 중단하거나 개강을 미뤄오고 있다. 하지만 고등교육법과 학칙에서 정해놓은 수업 일수를 준수하려면 이번 주 내로라도 수업을 재개해야 한다는 것이 대학의 입장이다.
8일 전북대는 의대생의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수업을 재개했다. 다만 출석하지 않는 학생들을 고려해 비대면 수업도 함께 진행한다. 비대면 수업까지 총동원해 지금껏 빠진 수업을 최대한 메우고, 오는 8월 초까지 빼곡하게 수업을 진행해야 결손이 생기지 않는다는 게 전북대의 설명이다.
교육부 역시 의대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이날 교육부 구연희 대변인은 의대 수업 온라인 출석에 대해 "위급한 상황에서 좋은 학습 방법"이라며 "학생들이 의사 국가고시를 보지 못하거나 유급이 되는 상황이 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늦게 개강하는 만큼 통상 6월 셋~넷째 주에는 마무리되는 1학기 수업이 올해는 8월 초까지 밀리면서 방학 기간도 한 달 이내로 단축될 예정이다.
경북대도 전북대와 같이 오는 8일부터 수업을 시작했다. 비대면 수업도 같이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지방 거점 국립대 의대인 강원대는 22일 수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가톨릭 관동대는 지난달 4일부터 세 차례 휴강한 끝에 오는 15일을 수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가톨릭대도 의대생들에게 단체 문자를 돌려 15일을 개강일로 못 박았다. 15일부터는 학생이 학교에 나타나지 않더라도 더 이상의 휴강없이 수업을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서울권 의대인 중앙대와 경희대도 이에 맞춰 개강 준비 중이란 보도가 나오고 있으나, 해당 학교 측은 "논의한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다만 일부 대학에서는 예과 1학년 학생들도 이번 주부터 수업 거부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일례로 경기권 한 사립대 의대는 지난 주 비대면 수업으로 개강했음에도 학생들의 수업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는데도 오랜 기간 수업에 복귀하지 않으면 예과 1학년들도 예외 없이 유급된다. 이 경우 내년 입학하는 신입생들과 올해 예과 1학년 학생들이 한 강의실에서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서울권 7개 의대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의대의 정원이 늘어나는 만큼 예과 1학년 학생들의 유급까지 겹치면 정상적인 수업 진행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유급 처분을 받을 시 의대생은 등록금은 환급받을 수 없으며 최악의 경우 본과 4학년 학생은 국가고시를 치를 수 없게 된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대학의 수업일수를 연간 최소 30주 이상으로 정하고 있지만 의대는 이보다 더 길다. 본과 3~4학년 임상실습 기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법에 따라 한국의학교육평가의 '의학교육 평가인증'을 얻지 못한 의대는 졸업생이 의사 국가고시를 치를 수 없다. 의학교육 평가인증 상 임상실습 기간은 총 52주, 주당 36시간 이상 수련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