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사망 1위 췌장암...학회 "韓은 필수의료 개혁에 누락"
"사법리스크 완화하는 특례법 신설이 우선...췌장도 5대 암 검진에 포함돼야"
전체 암종 사망률과 관련해 췌장암의 추격이 심상치 않다. 2024년 기준 미국과 유럽에선 폐암을 누르고 췌장암이 암 사망률 1위에 올라섰다. 한국 역시 2022년 위암(사망률 13.9%)을 제치고 4위(췌장암·14.3%)에 올랐다.
의료계에서도 5~10년 안으로 췌장암이 모든 암을 넘어 사망률 1위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췌장·담도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야 하나, 최근 정부의 의료 개혁에선 이 부분은 빠져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에 "젊은 의사들을 (이 분야로) 오게 하는 수가(진료비) 개선, 의료 사고 등 사법 리스크 보장 등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5일 대한췌장담도학회는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학회 관계자들은 췌장·담도 질환에 대한 세계적 추세와 한국의 상황, 향후 과제 및 국가 개입 필요성 등을 설명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해당 학회 이진 이사장은 "한국도 5~10년 내로 췌장암이 모든 사망 원인 1위가 될 것"이라며 "결국 의료진들은 다가올 위기를 잘 극복해서 우리 국민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게 하는 목표지만 현재 의료진만의 노력으로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해당 학회는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이 분야 시술은 특히 합병증이 너무 많다. 피도 잘나고, 췌장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담도가 막히면 2~3일 내에 해결해줘야 하고 이것이 안된다면 결국 환자는 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위험한 일을 하려면 적절한 수가가 보장돼야 한다. 다만 정부의 필수 의료 개혁에는 소아과나 흉부외과 지원만 있지 췌장·담도 부문은 포함도 안돼 있다"며 "젊은 의사들에게도 쌍커풀 수술 하지 말고 이 분야에 오라고 말해야 하는데 그것 마저 쉽지 않다. 올해도 학회에 (신임 회원이) 겨우 4~5명 들어왔다"고 부연했다.
이들은 췌장·담도 분야에 많은 의사들을 유치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의사들의 '사법 리스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이사장은 "어떤 의사도 환자가 나쁘게 되길 바라는 의사는 없다"며 "행위에 대해 고의적 과실이 아니라면 국가적 차원에서 기금을 만들고 의료 사고 처리 특례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15.2%에 그칠 만큼 예후가 가장 불량한 암으로도 알려져 있다. 췌장은 암이 생기는 원리가 복잡하고 여러 암 표적이 뭉치고 엮여 있어 어느 한 가지를 제거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이에 2·3세대 항암제라고도 알려진 표적치료제·면역항암제를 만들기고 쉽지 않은 상태다.
현재로선 췌장암 역시 건강검진으로 인한 조기 발견이 최선인 상태다. 이에 학회에선 국가 건강검진에서 췌장·담도 검사를 포함한 '포괄적 검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널로 참석한 서울아산병원 서동완 교수(차기 학회 이사장)는 "현재 시행 중인 5대 암 검진(간·대장·위·유방·자궁)에서 췌장·담도를 포함하고 남성은 전립선, 여성은 난소까지도 포함해야 한다"며 "이 전체를 2년에 1회씩 한 번에 훑어볼 수 있는 검진 프로그램을 국가 차원에서 만들어 국민 건강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