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 수치 높이는 단백질...심혈관 염증도 유발한다?
서울대병원 김효수 교수팀 연구...심혈관질환 예방 신약 기대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고 알려진 'PCSK9 단백질'이 염증을 유발해 심혈관질환을 악화한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에 이 단백질을 억제할 시 콜레스테롤 조절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예방에도 효과적인 신약이 나올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LDL 콜레스테롤은 혈관 벽에 침착하면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죽상경화증을 유발하며, 심근경색·뇌경색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 콜레스테롤이 간세포의 'LDL 수용체'와 결합해 분해된 후 담즙으로 배출되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진다.
그러나 간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PCSK9'이 LDL 수용체와 결합해 이 수용체를 파괴하면 LDL 콜레스테롤 배출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승해 죽상경화증이 악화될 수 있다. 이를 치료하고자 이 단백질 억제 항체(에볼로큐맵)가 개발돼 치료제로서 주목 받고 있다. 다만 에볼로큐맵은 콜레스테롤 억제에는 효과가 있지만 염증 조절은 하지 못해 한계가 있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팀은 최근 생쥐모델과 인간세포실험을 통해 PCSK9 단백질의 새로운 죽상경화증 악화 메커니즘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PCSK9이 LDL 수용체를 파괴하는 과정에서 'CAP1' 단백질이 필수라는 사실을 발견한 바 있다.
이번 실험에선 먼저 생쥐를 일반 그룹과 LDL 수용체가 없는 그룹으로 나눠 죽상경화증 모델을 확립한 후, 정맥주사로 PCSK9이 많이 나오게 유도했다. 그러자 모든 개체에서 죽상경화증이 악화됐다.
이는 LDL 수용체 여부와 관계없이 죽상경화증 악화에 관여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를 세포실험으로 규명한 결과, PCSK9이 단핵구(혈액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CAP1 단백질과 결합해 단핵구 하부의 여러 단백질을 활성화했다. 그 결과 단핵구가 흥분하면서 염증이 활성화돼 죽상경화증이 더욱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동물실험 결과, CAP1 결손 생쥐 모델에서는 PCSK9를 주입해도 죽상경화증이 악화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PCSK9과 CAP1의 만남이 죽상경화증 악화의 핵심인 만큼 둘의 결합 차단이 중요한 해결 실마리가 된 셈이다.
연구팀은 PCSK9와 CAP1의 결합을 차단하는 차단제(Fc-CAP1) 개발에 돌입했다. 인간세포 분석 결과, Fc-CAP1은 에볼로큐맵 항체와 달리 단핵구의 흥분을 막아 염증도 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효수 교수는 "본 연구는 PCSK9 단백질이 죽상경화증 악화에 있어 콜레스테롤 상승 및 염증 유발이라는 2가지 나쁜 작용 메커니즘을 갖고 있음을 밝혀 의미가 크다"며 "현재 시판되는 PCSK9 억제항체인 에볼로큐맵 피하주사제는 콜레스테롤은 낮출 수 있으나 염증 통제 효과는 없는 반면, 연구팀이 개발 중인 차단제는 효과를 모두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온라인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