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앉혀 놓고 뭔 짓”...카페서도 폰 자꾸 보는 이유는?
잠시 대화 지연하거나 의도적으로 상호 작용 피하기 위해
요즘은 어느 카페에 가도 보게 되는 공통된 풍경이 있다. 나 홀로 있어도, 누군가 만나고 있어도 사람들이 거의 항상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상대가 눈앞에 있을 때 스마트폰을 꺼내드는 행동이 매너에 어긋난다는 것은 상식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다들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왜 사람을 만나는 카페에서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할까. 이와 관련해 노르웨이과학기술대의 연구팀이 흥미로운 주제의 논문(The Constitutive Practices of Public Smartphone Use)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카페를 찾은 참가자 52명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고, 108건의 만남을 관찰함으로서, 휴대전화 사용과 사람들의 상호 작용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과학뉴스사이트에 소개된 이 논문에 따르면 카페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대화를 잠시 지연하거나 중지하기 위해(상호 작용 중단), 둘째 의도적으로 대화에서 벗어나기 위해(상호 작용의 의도적 차단), 셋째 상대와 무언가를 공유하기 위해(공유 활동 접근) 등이다. 스마트폰은,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을 때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싶을 때 양 방향 사용가능한 도구인 셈이다. 연구팀이 정리한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상호 작용 중단=대화를 하다가 전화 통화나 이메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확인 작업을 위한 것이다. 함께 있는 사람보다 휴대전화에 관심을 두는 것을 ‘퍼빙’(phone+snubbing)이라고 한다.
이런 행동을 무례하게 볼 수 있으나 꼭 그렇지는 않다. 상대에 따라 긴 대화에서의 짧은 휴식을 고마워할 수도 있고, 사전에 양해를 구한다면 이 역시 사회적 상호 작용의 자연스러운 부분이 될 수 있다.
의도적 상호 작용 차단=앞서와 달리 의도적으로 상호 작용을 차단하는, 보다 미묘한 전화 사용법이다. 상대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나도 스마트폰을 집어 들어 바쁘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대화 주제를 피하고 싶을 때도 휴대전화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휴대폰을 무음 모드로 유지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중요한 메시지를 받은 척 할 수도 있고, 급한 전화라서 받아야 한다고 둘러댈 수 있어서다. 종종 지루한 회의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으로도 사용된다.
공유 활동 접근=콘텐츠 공유를 위해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이는 상대와의 상호 작용을 강화하기 위한 유용한 방법이다. ‘셀카’를 함께 찍거나, 가족사진이나 휴가 때 어디에 있었는지 지도를 보여주기 위해서 등등. 사회적으로 가장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휴대폰의 사용법이다.
각각의 이유를 살펴보면 겹치는 부분이나 애매한 부분이 보인다. 분명한 것은, 스마트폰이 우리의 사회적 행동방식을 바꿔놓았다는 점. 휴대전화는 관심 혹은 거리두기의 신호를 보내는 도구가 될 수도, 대화를 풍부하게 만들거나 경험을 공유하는데 사용될 수도 있다. 물론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