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턴 '95%' 증발...그만둔 전공의 자리 채워지지 않아
올 상반기 인턴 등록, 전체 3068명 중 131명 불과
의대를 졸업하고 막내 전공의로 병원에 처음 들어오는 인턴 지원자의 95% 이상이 올해 증발했다. 그 숫자만 2937명이다.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에 반발한 여파다. 의료계에선 향후 4~5년 동안 전체 의료인력 수급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전날 올 상반기(1∼6월) 병원 인턴 수련 등록이 마감한 가운데 임용 대상자의 4.3%만 등록을 마쳤다. 전날 오후 12시를 기준으로 전체 3068명 중 131명만 등록한 것이다. 현재로선 전날까지 등록하지 않은 임용 대상자 2937명은 적어도 올 상반기엔 수련이 불가능해졌다.
이는 전날 보건복지부의 전망보다도 크게 저조한 결과다. 보건복지부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은 2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에서 등록율을 '10% 이하' 수준으로 말한 바 있다.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기준 주요 수련병원 100곳에서 2697명이 인턴 계약을 포기했다는 집계를 바탕으로 한 발언이었다.
실제 국내 대표적인 대형병원들에서도 등록 인턴 숫자가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턴 정원인 166명인 서울대병원에선 6명이 기한 내 임용 등록을 마쳤다. 세브란스병원은 인턴 151명 중 2.6% 수준인 4명만 등록했다. 서울아산병원 역시 당초 임용을 포기했던 인턴이 올해 임용시험 합격자의 거의 전원이었기에 대부분이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수련을 시작해야 할 인턴들이 임용 자체를 거부하면서 향후 의료인력 수급에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인턴이나 레지던트는 정해진 수련 기간을 수료해야만 다음 과정으로 가거나 전문의 자격이 취득된다"면서 "향후 그런 사태(4~5년 내 전문의 수급 차질)가 좀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이어 "이 부분에 대해선 정부가 추가적으로 다른 방법이 있는지 추가 검토를 하겠다"면서 "(향후 대책을) 지금으로선 명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 고 덧붙였다.
인턴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취득한 후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을 시작하는 전공의 과정의 첫 단계다. 전공의 과정은 1년의 인턴 기간 동안 전체 수련과를 돌면서 의료체계 전반을 익힌 후 전문 진료과목을 선택해 3∼4년의 레지던트 수련을 거친다. 이후 전공의들은 각 과의 학회 등이 주관하는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면 전문의 자격을 얻는다.
전체 과정은 복지부와 의료계가 함께 운영하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가 주관한다. 이 과정에서 수평위는 매년 적정한 숫자의 의사와 전공의, 전문의를 조정한다. 따라서, 의료계는 향후 일정 기간 국내 의료인력 수급과 의료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번 인턴 등록 거부가 향후 전공의, 전임의, 교수들로 이어지는 의사 직급 체계 전체에 '도미노'처럼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한내과학회 수련이사를 맡고 있는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김대중 교수는 전날 소셜미디어(SNS)에 "앞으로 4∼5년간 전문의 수급은 망했다"면서 "전공의와 전임의 수급이 제대로 안 되면서 교수들도 대학병원을 떠나는 도미노 현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1년의 인턴 과정을 마쳐야 레지던트를 지원할 수 있기에 올해 인턴을 못 뽑으면 내년 레지던트 1년차는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이 영향으로) 전문의를 따는 의사가 적어지면서 펠로우(전임의)가 없어지고, 펠로우가 없으면 대학병원에서 일할 교수요원도 구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