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에 가는 건 비추"...美전문의가 말하는 '진짜 미국 전공의'

[인터뷰] 미국 전공의 도전기 만화 '미국의사 다이어리' 김하림 작가

'미국의사 다이어리' 김하림 작가 [사진=김하림 작가 제공]
"미국이 천국은 아니에요. 한국이 싫다고 홧김에 떠나는 것은 그다지 추천하지 않습니다"

정부의 필수의료패키지 발표와 의대증원 정책 발표 이후 국내 의료계 혼란이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국외 의사 일자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 정책 발표 이후 미국 의사시험 사이트가 마비가 되기도 했다. 한국의 의료수련 환경 및 정부의 규제를 벗어나 국외로 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수련 시스템을 경험한 작가 김하림씨는 "성급한 결정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작가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2019년 미국으로 건너가 메릴랜드대 메디컬센터 미드타운캠퍼스(볼티모어·분원)에서 내과 전공의로 수련했다. 최근 미국 수련 경험담을 담아 '미국의사 다이어리'라는 책을 출판했다. 국내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하고 의료현장이 혼란이 가중하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서적은 많은 이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해당 책에는 김 작가가 미국 병원에 근무하며 겪은 일화를 다루면서 △미국 병원의 수련환경 △미국의료의 특징·장단점 △환자들의 특성 △생활에서의 어려움 △이민자로서의 삶 등을 다양하게 담았다. 그에게서 듣는 '진짜 미국 레지던트'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김 작가를 직접 만나 들을 수 있었다.

Q. 미국 전공의 수련을 가게된 이유가 있을지요?

사실 이거는 정말 별 이유가 없어요(웃음). 저는 대학 시절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와 뉴욕 등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날씨나 여러 환경 덕분에 미국에서 한번은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저희 부모님께서도 넓은 세상에서 살아보라고 권하셨죠. 그래서 미국행을 결정하게 됐답니다. 제가 갈 때만 해도 미국 의사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어서 160명 졸업생 중에 미국으로 온 사람은 5명 정도 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Q. 미국 전공의로 가는 절차는 어떻게 됩니까?

미국은 외국인 의사가 정말 많은 국가예요. 그래서 시스템도 체계화 돼 있죠. 'USMLE' 라는 미국의사 시험이 있어요 그걸 패스하면 'ECFMG'라는 의사 자격증이 주어져요. 이게 있으면 미국 전역에 있는 병원의 레지던트를 지원할 수 있답니다. 레지던트를 꼭 하지 않아도 해당 자격이 있고 펠로우(전임의) 등으로 일정 기간 수련 연수를 받으면 미국의사 자격증을 받을 수도 있어요.

비자는 비영주권자라면 J 혹은 H 비자를 받을 수 있어요. 이는 병원마다 요구하는 게 달라서 확인이 필요해요. 다만 J 비자는 정부에서 주는 추천서(신원보증)가 필요해요. 정부가 국내 사직 전공의가 미국 의사가 될 수 없다는 건 정부가 추천서를 써 주지 않으면 J 비자를 발급 받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J 비자를 받는 병원 수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정부의 허가 없이도 갈 수 있다는 것이죠.

Q. 미국 병원의 수련환경은 어떤가요?(주 근로시간 등)

수련환경은 주 80시간을 넘지 않아요. 만약 넘는다면 레지던트들이 보고할 수 있어요. 미국은 'ACGME(Accrediation Council for Postgraduate Medical Education,)'라는 수련관리 단체가 따로 있어요. 이곳에서 미국 전체 레지던트 수련 과정을 감시·감독하는 거죠. 규정을 어겼다는 보고가 많이 접수되면 해당 단체에서 병원의 전공의 프로그램을 폐쇄할 수도 있어요. 실제로 레지던트들은 1년마다 익명으로 단체 설문조사를 진행합니다.

따라서 병원 측에서 규정을 어기면서 전공의에게 과도하게 노동을 시킬 수는 없는 구조입니다. 또 미국 전공의는 정부에서 월급을 받아요. 연봉은 대략 세전 6~7만달러(8100~9400만원)예요. 여기에 정부에서 수련병원에 전공의 1인당 교육지원금 10~15만달러(1억5000만~2억원)를 지급해요. 이 돈으로 수련 비용을 쓰고 남겨서 자금으로 충당하기도 해요. 수련병원 측은 딱히 전공의에게 돈을 주는 구조가 아닌 거예요. 전공의 1명이라도 더 들여와 일을 하게 할 흡인요인이 더 큰 거죠.

Q. 필수과인 내과를 수련하셨는데 이유가 있었을까요?

어느 나라라 좋은 일자리는 자국민이 차지하고 기피 직종은 외국인 근로자가 차지하잖아요. 미국도 비슷해요. 인기과들은 미국 의대 졸업생이 차지해요. 남는 과에 외국 의대생을 넣어주는 꼴이죠. 저도 사실 피부과에 지원하고 싶었는데, 피부과는 미국 의대 졸업생들에게도 최고 인기과에 속해요. 그래서 그다음으로 관심 있었던 내과에 지원했습니다.

필수의료 기피는 미국에서도 존재합니다. 일은 적게 하고 돈은 많이 벌고 싶은 사람 마음은 다 똑같잖아요. 다만, 그중에서도 흉부외과, 심장내과 같은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필수과는 연봉이 굉장히 높고 대우가 좋아요. 취향에 따라 결정하는 셈이라 한국 만큼 기피 현상이 심각하지는 않아요.

Q. 한국은 필수과가 소송 부담 탓에 안 가려는 경향도 있어요. 미국은 어떤가요?

소송 리스크는 과마다 다르지만 '평생 한 번은 꼭 경험 한다'라는 말이 있어요. 의료 소송 하라고 광고하는 변호사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을 정도죠. 그래서 미국 의사들은 의료과실 배상 보험을 꼭 가입 하기도 합니다. 제 지도 교수님도 소송을 다섯 번 정도 당했다고 웃으면서 말씀 하셨던 기억이 있네요.

Q. 미국 수련의 특별한 장단점이 있었을까요?

미국 의료시스템은 환자 한 사람을 길고 적게 보는 구조예요. 시간에 쫓겨서 환자를 보지 않기에 교수님도 전공의들을 가르치는데 시간을 많이 쏟을 수 있어요. 반대로 한국은 하루에 외래를 100명씩도 본다는데 이러면 레지던트에게 가르칠 시간이 너무 적은 게 사실이에요. 미국은 이보단 시간 여유가 있다는 것이죠. 공부할 시간도 그만큼 많은 것이 사실이고요.

단점으로는 외국인 의사로서 지원할 수 있는 과도 제한적인 데다, 인기가 다소 떨어지는 병원에 배치해 주는 경향이 있어요. 저도 본원도 아니고 분원이었고 인프라도 부족했어요. 조금 더 큰 병원에서 수련받았으면 수술이나 처치 같은 것으로 더 많이 보고 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조금 아쉬운 부분이죠.

개인적인 케이스지만 제가 근무하던 병원에는 마약 중독 환자가 거의 80%에 달했어요. 마약환자를 많이 본 탓에 다양한 질환의 환자를 많이 보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에요.

Q. 한국 수련병원이 본받을 만한 미국 수련병원의 제도가 있다면요?

미국 수련병원에는 항상 '백업 레지던트'라고해서 다른 전공의가 비상이 걸렸을 때 대신 투입하는 제도가 있어요. 이 백업 레지던트는 평소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대기하다가 비상시에만 투입하는 거예요.

한국에는 인력이 부족해서 모든 전공의가 항상 일을 해야 하는 구조잖아요. 만약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생기거나, 임신·출산 등으로 휴가를 내야 할 때 누군가는 자기 일을 해야 해서 눈치를 많이 보는 게 현실이에요. 다만 미국은 백업 레지던트가 나를 대신한 시간만 대체해 주면 돼서 눈치 안 보고 근무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Q. 미국의료와 비교해 한국의료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면?

한국은 경증도 병원을 너무 많이 가는 것 같아요. 미국은 감기 같은 경증으로 내원하면 자기 부담률이 높아요. 반면 중증으로 갈수록 필요한 것은 보험사에서 많이 커버를 해서 의외로 돈이 많이 들지 않아요. 한국도 이와 비슷하게 경증 자기 부담률을 높이면 과잉 의료비 지출을 조금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국의사 다이어리' 스틸컷. 작가 본인을 그린 캐릭터 [사진=usmd_toon 인스타그램 캡쳐]
Q. 미국 전공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미국은 천국이 아니에요(웃음). 요즘에 한국 정부가 싫어서 미국으로 가서 미국 의사로서 살겠다는 분들이 계세요. 다만 그런 생각이면 미국행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홧김에 선택할 게 아니라 미국에 갈만한 긍정적인, (내가) 좋아할 만한 이유를 먼저 찾는 것이 중요해요.

미국 의사로서의 삶도 있지만, 생활인으로서의 내 삶도 있잖아요. 미국에서 이민자로서 살기가 쉽지 않거든요. 가족, 친구, 동료 등을 모두 떠나야 하기 때문이죠. 가야겠다는 의지와 동기가 있다면 갈 수 있지만, 생활인으로서 정말 이민까지도 생각할 수 있겠는가를 먼저 생각하고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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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im*** 2024-04-07 10:59:26

      의새 증원 많이 하고 외노의사 도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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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md*** 2024-04-06 08: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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