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음경 사진 올리면 AI가 성병 확인?...美 '이 앱' 논란, 뭐길래?
HeHealth사 인공지능 앱 ‘Calmara’, 사진으로 판단…성병 분석해 이상 있으면 ‘적신호’
남성의 성기 사진 한 장으로 매독 등 성병 유무를 알려주는 인공지능(AI) 앱이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낳고 있다고 영국 매체 ‘가디언’이 최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사진 촬영으로 성병에 걸렸는지 여부를 알려주는 AI 앱 ‘칼마라(Calmara)’가 미국 내 사용자와 캘리포니아주 의사를 연결해주고 있으며, 지금까지 약 3만5000명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앱을 개발한 회사 ‘히헬스(HeHealth)’ 측은 남성의 성 건강만 점검할 뿐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데이터가 쉽게 해킹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개인정보 유출 등 보안 사고를 우려하고 있다.
회사의 공동 창업자인 의사 유다라 쿨라트네는 친구가 성기에 혹이 생겨 걱정하는 걸 보고 AI 기반 앱의 개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2019년 싱가포르에서 자문 의사로 근무하던 중 남성 생식기 사진으로 성병 감염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앱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잠재적 성관계 파트너의 성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특별히 고안된 칼마라는 AI를 이용해 성병을 식별하기 위해 출시한 히헬스의 두 가지 앱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이 앱이 개인정보 보호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한 기술 전문 사이트는 최근 "친구들이 이 앱으로 AI 성병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칼마라는 사용자가 파트너의 성기 사진을 올려 공유하면 인공지능으로 성병 감염 여부를 분석하는 앱이다. 성병이 없는 사람과 성기 사마귀(곰지름), 단순포진바이러어스(HSV) 감염, 음경 칸디다증, 매독 및 음경암이 있는 남성의 성기 사진을 학습한 인공지능을 이용한다. AI가 특정 성병과 일치한다고 판단하면 사용자에게 성행위를 보류하고 대안을 제시하라는 적신호를 보낸다.
플래그를 표시해 경고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어떤 성병에 걸렸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사진이 성병과 일치하는 항목이 없으면 "모두 이상 없음"이라는 표시가 나타난다. 이후 사진은 모두 즉시 삭제된다고 회사 측은 말한다. 이름, 주소 등 개인 식별 정보는 수집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히헬스는 지난해 5월 이 앱을 출시했다. 성기에 이상이 있음을 통보받은 사용자가 보고서를 다운로드해 의료진에게 제출하면 정밀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다. AI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세트의 개발에 관한 논문에 의하면 이 앱은 초기에는 성병이 있거나 없는 200개 이상의 성기 이미지로 학습을 받았다. 이후 회사 측은 ‘과학을 위한 성기 사진’을 사람들에게 요청해 적용 이미지를 2만개 이상으로 늘렸다. 구축하는 데는 18개월이 걸렸다. 각 이미지에는 의사가 음경에 성병이 있는지 여부와 어떤 성병인지 설명하는 주석을 달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성 건강 정보의 유출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건강관리 회사인 톤 하버 헬스(Thorne Harbour Health)의 최고 경영자 사이먼 루스는 "최근 일련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분석해보면 엄격한 데이터 보안 프로토콜로 정보수집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인건강 정보가 얼마나 쉽게 해킹되고 유포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업계와 성 건강 분야 종사자 사이의 격차를 해소하는 협업과 파트너십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쿨라트네는 “데이터가 미국에서 보관되고 있고, 데이터 액세스에 대한 엄격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 건강 전문가이자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UNSW) 커비 연구소의 바질 도노반 명예교수는 “이 앱이 적절한 성병 검사를 대체해선 안 된다. 조명이 좋은 병원에서 30년 경력의 의사가 어떤 사람의 성기에 있는 병변을 살펴본다고 해도, 육안만으로는 진단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성병이 무증상이라는 점에서, 이 앱은 잠재적인 성병의 진단에 ‘빙산의 일각’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쿨라트네는 지난 2월 미국 비즈니스 매체 ‘패스트컴퍼니’와의 인터뷰에서 “이 앱의 진단 정확도는 95%”라며 AI의 진단 능력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미국 건강의학 매체 ‘스탯뉴스’는 2일(현지시간) 이 앱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지 않았고 기술도 검증되지 않아 회색지대에 높여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인공지능은 이미 치아의 충치, 심장박동 이상, 피부의 의심스러운 반점 등을 평가하고 있다. 이제 한 회사가 개인의 성기까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