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감염병 예방...‘독감·대상포진 백신' 동시접종 괜찮을까
고령층·기저질환자 관리 필요...전문가들 "면역반응 낮추지 않아"
본격적인 봄의 시작을 알리는 4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환절기가 돌아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시기에 심혈관질환이 많이 발생해 고령층에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면역체계 기능이 떨어지는데, 이를 '면역 노화'라고 부른다. 이로 인해 고령층일수록 만성질환과 같은 기저질환을 가진 인원이 적지 않다. 심평원 조사에서도 2022년 기준 국내 당뇨병, 고혈압,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 10명 중 9명이 5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이러한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층은 면역력이 떨어져 인플루엔자(독감), 대상포진 등과 같은 감염병 발병도 덩달아 늘고 있다. 따라서 기저질환자라면 자신의 질환과 함께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지도 세심하게 챙기는 것이 좋다.
대상포진, 고령층·기저질환자에서 발병 위험 높아
특히, 고령층과 기저질환자라면 대상포진 예방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상포진은 신체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겼을 때, 체내에 잠복했던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가 재활성화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보통 고령이거나 면역 저하를 일으키는 기저질환이 있다면 대상포진 바이러스의 재활성을 억제하는 면역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러한 변화가 대상포진 발병률을 끌어올린다. 실제로 2022년 기준 국내 대상포진 환자의 약 64%가 50대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일반 성인에 비해 당뇨병 환자는 1.38배, 고혈압 환자는 1.22배, COPD 환자는 1.68배 대상포진 발병 위험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성인의 10명 중 3명은 당뇨병을 앓고 있는데, 이들은 동일한 연령층에서 당뇨를 앓지 않는 사람에 비해 대상포진 발병 위험률이 3배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심각한 발진 통증과 합병증 동반...치료 후 재발 잦아
고령층과 기저질환자를 위협하는 대상포진은 도대체 어떤 질환일까. 대상포진은 일반적으로 수일 또는 수주 내에 편측성, 수포성 발진이 발생하며, 전기에 감전된 것과 같은 통증, 찌르는 듯하거나 데인 듯한 느낌 등의 심한 통증이 동반된다. 급성기에는 척수염, 망막염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그 외 피부병변 부위에 세균감염, 운동신경 손상, 천골신경 침범시 방광 또는 장운동 이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대상포진은 발진 자체로도 심한 통증을 일으키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발진이 사라진 이후에도 통증이 장기간 지속되는 신경통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대상포진이 시신경이나 다른 기관을 침범할 경우 심한 후유증이 남게 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대상포진은 발진 자체로도 심한 통증을 유발하지만, 발진이 사라진 이후에도 대상포진 후 신경통, 안구 대상포진 등 다양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고, 치료 후에도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50대 이상의 고령층이거나 기저질환을 앓고 있다면 대상포진 발병 위험이 높은 만큼 사전 예방을 위해 세심하게 살펴야 봄철 건강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감염학회, 예방접종지침 개정...“재조합 백신 우선 권고"
대상포진은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영양섭취, 정신적 안정과 함께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 50세 이상의 고령층이거나 기저질환자는 대상포진 발병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높은 만큼 백신 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대상포진 예방 백신은 제조 방법에 따라 '약독화 생백신'과 '사백신(재조합 백신)'으로 구분된다. 과거에는 국내에 생백신만 유통되어 장기 예방효과와 접종 대상에 한계가 있었으나, 2022년부터 사백신이 도입됐다.
이에 대한감염학회는 작년 성인예방접종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국내 대상포진의 질병 부담이 매년 증가하고 있고, 50세 기준 대상포진 발병 시 중증도가 달라진다는 연구를 기반으로 대상포진 백신 접종 권고 연령을 50대 이상(재조합 백신의 장기 예방 효과 고려)으로 확대했다. 또한, 만 50세 이상 성인에게 백신 접종 시 예방효과 및 효과의 지속 기간을 감안해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우선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재조합 백신은 만 50세 이상 성인에서 97.2%의 예방효과를 입증했으며, 50세 이상뿐만 아니라 생백신 접종이 어렵고 대상포진 발병 위험이 높은 만 18세 이상의 면역저하자(자가조혈모세포이식자, 고형암, 혈액암, 고형장기 이식 환자 등)도 접종이 가능하다. 더욱이 이들에서도 평균 10년 동안 89.0%의 예방 지속 효과가 확인됐다.
조비룡 교수는 “겨울철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독감이 봄철까지 이어지면서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위해 많은 고령자들이 자녀들과 병원을 방문한다”며 “인플루엔자 백신과 대상포진 백신을 동시에 접종했을 때 면역 반응의 저해를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령자나 기저질환자는 같은 조건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된 경우에도 면역력이 약해 감염에 취약한 만큼 환절기 건강을 위해서는 대상포진 백신에 대한 상담도 함께 해볼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