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0분씩 앉아있는 시간만 줄여도…노인 혈압 ‘뚝’

6개월 후 혈압 평균 3.5 mmHg 떨어져…운동 등 신체활동, 체중 감소와 비슷한 효과

나이든 사람은 가급적 앉아 있지 않아야 한다. 앉아 있는 시간을 하루 30분씩만 줄여도 혈압이 꽤 떨어진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나이든 사람은 앉아있는 시간을 하루 30분만 줄여도 신체활동이나 체중감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혈압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최대의 비영리 의료그룹인 ‘카이저 퍼머넌트’ 워싱턴 연구소는 60세 이상 노인 28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도리 로젠버그 박사(건강시스템과학)는 "굳이 운동을 하지 않아도,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 있으면 상당히 큰 혈압 저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만성 통증에 시달리거나 신체 기능이 뚝 떨어진 노인에겐 신체활동을 늘리는 것보다 자리에 덜 앉아있는 게 훨씬 더 쉬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의하면 노년층은 일반적으로 깨어 있는 시간의 65~80%를 앉아서 보낸다. 이런 좌식 생활은 심장병과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워싱턴주 카이저 퍼머넌트의 의료시스템에 가입한 60~89세 이상 노인 283명에게 6개월 동안 건강 코칭(10회) 수업을 실시했다. 이와 함께 활동 추적기를 착용토록 해 상황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실험군(140명)에는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 있거나 활동량을 늘리도록 건강 코칭을 하고,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목표를 설정토록 했다. 대조군(143명)에는 서 있거나 활동량을 늘리는 것과 관련이 없는 건강 영역에 초점을 맞춰 건강 코칭을 했다.

연구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68.8세였고, 여성이 약 66%였다. 연구 시작 전 이들의 평균 체질량지수(BMI)는 34.9(kg/㎡)였다. 약 52%는 고혈압 진단을 받은 상태였고, 약 69%가 혈압약을 먹고 있었다. 연구 기간은 2019년 1월~2022년 11월이었다. 당시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이어서, 건강 코칭 수업을 원격으로 진행했다.

연구팀은 건강 코칭을 통해 참가자가 앉아 있는 시간을 하루 평균 31분 줄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당초 목표(하루 2시간)에는 많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앉아 있는 시간을 하루 약 30분 줄인 사람의 혈압(수축기 혈압 기준)은 평균 3.5mmHg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그 시간만큼 운동 등 신체활동을 늘린 사람은 혈압을 평균 4mmHg, 체중을 줄인 사람은 혈압을 평균 3mmHg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됐다. 종전 연구 결과를 보면 유산소 운동 등 신체활동 개입은 혈압을 약 4mmHg, 혈압을 낮춰주는 대시(DASH) 다이어트는 5.2mmHg, 체중 감소는 3mmHg까지 낮춰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면 움츠린 자세에서 벗어나 혈류가 원활해질 수 있다”며 “건강 상 이점을 얻기 위해 앉아있는 시간을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신체기능이 나쁘고 운동 등 신체활동 수준이 낮거나, 제2형당뇨병 등 만성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면 혈압을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면 체력을 높이고 자신감을 얻어, 신체활동을 더 많이 할 수 있다.

이 연구 결과(Sitting Time Reduction and Blood Pressure in Older Adults: A Randomized Clinical Trial)는 ≪미국의사협회지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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