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경영권 분쟁, 형제 승리 이끈 ‘소액주주+모녀측 이탈표’
지분 12% 보유 신동국 회장이 일등공신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의 승부를 결정짓는 표 대결이 임종윤·종훈 형제의 승리로 끝난 것은 소액주주들의 지지와 모녀 측 이탈 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종훈 형제를 비롯해 형제 측이 주주제안한 5명의 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반면, 송영숙 회장의 딸 임주현 부회장과 통합 파트너인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 등 모녀 측이 제안한 이사 후보 6명은 모두 탈락했다.
이에 따라 송 회장 측 기존 이사 4명을 포함해 모두 9명으로 구성되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형제 측 5명이 과반을 차지해 경영권을 쥐게 됐다.
사실 주총 직전까지는 형제 측이 열세에 놓였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우호지분 확보 경쟁에서 모녀 측에 비해 근소한 차이로 밀렸다고 분석된 것. 즉, 형제 측은 40.57%, 모녀 측은 42.66%를 끌어모은 것으로 파악돼 2.1%p(포인트) 가량 뒤진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키맨'으로 여겨지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15%)이 지난 22일 형제 지지를 선언해 판세는 형제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7.6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주총을 이틀 앞둔 26일 모녀 측의 이사 선임안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분위기는 역전됐다. 국민연금이 모녀 편에 서면서 우호지분율이 2%p 가량 뒤집어진 것. 여기에 OCI와 통합에 반대하며 법원에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도 기각돼 형제 측 동력이 약화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주총 당일 역전승이 연출된 것은 통합 이후 주가 하락을 염려한 소액주주들이 형제 측에 표를 몰아준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OCI와 통합하면 한미약품그룹의 미래 성장성이 불안해진다는 관측이 이어져 나오는 국면에서 신동국 회장이 형제 측 손을 들어준데다, 막판에 소액주주들에게 지지를 호소해 표심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또한 모녀 측이 확보한 우호지분 중 일부가 이탈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주총 직전 모녀 측은 국민연금 7.66%(535만8000여주)를 비롯해 총 2984만3900여주(42.66%)를 우호지분으로 만들어 형제 측의 2849만8200여주(40.57%)보다 134만여주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주총 표결에서 임주현 부회장을 비롯해 모녀 측 이사 후보 6명이 얻은 찬성표는 각각 2900만주에 못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녀 측 우호지분 가운데 일부가 찬성표를 던지지 않고 돌아선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