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환자 모두 반발한 의료사고 특례법제정안…왜?
[박창범 닥터To닥터]
정부는 의료인의 의료사고로 인한 소송부담을 줄이고 필수의료에 전념할 수 있게 한다는 목적으로 의료사고 특례법제정안(이하 특례법)을 발표하였다. 특례법제정안을 보면 책임보험가입을 전제로 반의사불벌(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공소제기 불가) 및 환자에게 일반상해나 중상해가 발생한 경우 해당의사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지만 사망한 경우는 형사처벌을 경감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특례법은 한국의료분쟁조정원의 조정중재절차에 참여한 경우에만 적용되며 만약 진료기록이나 CCTV를 위변조하거나, 감정이나 배상절차를 위한 의료분쟁조정을 거부하거나, 환자의 동의없이 의료행위를 하거나, 다른 부위수술 등 의학적상당성을 현저히 결여한 경우에는 배제된다. 그리고 필수의료분야와 전공의들의 책임보험공제 보험료는 정부에서 지원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특례법 제정안에 대하여 의사와 환자 모두 반발하고 있다. 의사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필수의료에 근무하는 의사들에게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이 의료행위후 환자가 사망한 경우인데 이를 특례법적용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선의에 의한 의료행위가 결과가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죄가 되는 지금과 차이가 없다는 것으로,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선택하고 전념하는데 큰 유인책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국공립은 물론 민간이 설립한 의료기관들이 국민건강보험환자들을 진료와 함께 해진 보험수가를 강제하는 제도를 통해 모든 의료기관들을 통제하고 규제하는 상황에서 의료사고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채 보험가입을 통한 배상을 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특례법 적용의 전제가 되는 책임보험의 배상액이 특정과의 경우 매우 높게 나오는 것도 문제이다. 예를 들어 산부인과 분만사고나 소아의 경우 배상액이 10억원을 넘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같은 경우 보험료를 어떻게 산정하고 해결할지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수의료분야와 전공의에 대한 책임보험공제 보험료를 정부가 지원할 예정이라고 하였지만 어느 정도로 지원할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정부는 보건복지부가 의료분쟁조정법에서 책임보험을 어떻게 설계할지 그리고 비용부담을 국가가 어느정도 지원할지 고민중이라고 설명하였다.
환자단체도 특례법에 반대하고 있다. 특례법은 환자와 국민을 고려하지 않는 의사만을 위한 특혜법이라고 주장하면서 현재도 환자들은 의료사고가 나면 피해회복에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어쩔 수 없이 형사고소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례법으로 형사고소가 제한된다면 피해자인 환자와 가족들은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는데 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특례법을 입법하려면 이에 앞서 의료사고가 발생할 때 사고원인에 대한 입증책임을 환자로부터 의사에게 전환하는 법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규정없이 보험가입여부만으로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을 면제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정부는 특례법이 사망이나 중상해의 경우 필수의료와 관련된 의료사고에만 적용하도록 한정하고, 사망한 경우 원칙적으로 형사절차가 진행되도록 하는 등 피해과정이나 피해변제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형을 감면하도록 하여 위헌소지가 없도록 설계되었다고 설명하였다.
필수의료나 응급의료의 경우 환자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의료사고는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들의 법적부담을 줄여 필수의료서비스 제공의 지속성을 보장하고 젊은 의사들이 자신들의 필수의료를 선택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건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의 특례법제정안에서는 특례법임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형사처벌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 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환자들도 자신들이 의료인의 실수나 잘못으로 인하여 의료사고를 당하였을 경우 해당 의료인들에게 책임을 물 수 있게 하여 환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하는데 특례법에서는 이러한 환자들의 권리를 제한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위의 상황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기 매우 어렵다.
앞으로 특례법이 의료서비스 질을 향상시키면서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까? 과연 의사와 환자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기대보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