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들은 뒤 어질…‘아바나 증후군’, 의학적 증거 못 찾아

40%가 기능성 신경장애 보이는 등 증상 뚜렷해도 원인은 오리무중

아바나 증후군 환자의 증상을 분석했으나 뇌손상이나 생물학적 이상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주로 해외 주재 미국 외교관에게서 발생하는 ‘아바나 증후군’이라는 질환이 있다. 2016년 쿠바 수도 아바나의 미국 대사관에 근무하던 미국 외교관들이 불특정 소음을 듣고 나서 두통과 어지럼증, 기억력 상실 등을 호소해 명명됐다. 이후 중국과 유럽 및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 근무하던 외교관과 중앙정보국(CIA) 직원 및 그 가족도 유사한 증세를 호소했다. 쿠바의 경우 극초단파 음향 공격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진이 거의 5년에 걸쳐 81명의 아바나 증후군 환자의 증상을 분석했으나 뇌손상이나 생물학적 이상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발표된 NIH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1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한 이들의 뇌는 건강한 대조군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혈액 검사, 청력 검사, 균형 검사, 시력 검사 및 심리적 평가를 포함한 다른 의료검사에서도 아바나 증후군 환자와 대조군 사이에 증상을 설명해주는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연구진은 원인은 여전히 알 수 없지만 그 증상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연구책임자인 NIH 임상센터의 최고과학책임자(CSO) 대행인 레이튼 챈 박사는 아바나 증후군의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지만 “이러한 증상들이 매우 실제적이고, 환자의 삶에 중대한 혼란을 야기하며, 상당히 오래 지속될 수 있고 치료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아바나 증후군 환자는 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불안 및 우울 증상의 유의미한 증가를 보고했다.

환자의 40%가 조금 넘는 비율이 뇌기능 이상으로 인한 일반적인 운동장애의 일종인 기능성 신경장애 기준을 넘어섰다. 기능성 신경학적 장애를 가진 대부분의 환자는 뚜렷한 이유 없이 어지럼증 내지 현기증을 경험하는 ‘지속적 체위-지각 어지럼증(PPPD)’을 겪었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 월터 리드 국립군사의료센터 산하 국립인트레피드우수센터(NICOE)의 루이스 프렌치 부소장(신경심리학)은 “많은 참가자들의 지속적인 우려를 고려할 때 보고된 외상 후 스트레스와 기분 증상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종종 이들은 삶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했으며 건강과 미래에 대해 계속 우려하고 있다”며 “이 정도의 스트레스는 회복 과정에 상당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 이 증상이 어떤 외부 현상에 의한 것이라면, 이는 환자들에게 지속적인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결론을 내렸다. 다만 그러한 외부 현상과 관련된 어떤 지표가 희미해 졌거나 감지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fullarticle/2816532)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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