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매년 1004명 증원"...의료계서 '구체적 중재안' 제안

홍승봉 대한뇌전증학회장, '美·日·台 의대정원 평균값' 제안

지난 2월 세계 뇌전증의 날 기념식에서 발언 중인 홍승봉 대한뇌전증학회장. 사진=최지현 기자.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배정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의료계 일각에서 구체적인 중재안이 나왔다. 미국과 일본, 대만의 의대 입학정원 평균값(1004명)을 10년 동안 증원하자는 방안이다.

이는 홍승봉 대한뇌전증학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뇌전증지원센터장)이 19일 언론에 이메일을 통해 공개 제안한 내용이다.

홍 회장은 "정부의 '5년 동안 연 2000명 의대 증원 계획' 대신 10년 동안 의료시스템이 한국과 비슷한 미국, 일본, 대만 의대 정원의 평균값인 연 1004명 증원으로 속도를 조절하고, 5년 후 필수의료와 지방의료의 상황을 재평가해 의대 정원의 증감을 다시 결정하자"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적정 의대 정원은 정부, 의사단체들, 보건 전문가들 사이에 너무 달라서 의료시스템이 한국과 비슷한 나라들의 현황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 회장은 구체적인 정원 배분 방안도 제시했다. 정원 50명 미만의 미니의대 17곳에 증원분(1004명)의 50%인 372명을 배분하고, 나머지 632명은 모두 비수도권 의대에 배정하자는 방안이다. 서울과 수도권 의대의 증원을 배제하고 지역의료를 강화하려는 목적에서다.

이에 대해 홍 회장은 "정부가 1004명씩 증원 속도를 조절하는 건 절대로 의료개혁의 후퇴가 아니다"며 "중재안대로는 미래 의사들의 환경에 유의한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전공의들이 동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 회장의 중재안에 따르면, 2025년부터 5년간 배출되는 의대생 규모는 5000명이다. 해당 증원 규모는 향후 이들이 의사 자격으로 본격 활동하는 10~20년 후엔 전체 의사 수(20만 명)의 2.5%에 불과하다. 아울러, 그는 "앞으로 10년 동안 부족한 의사 수는 65세 이상 교수들의 정년 후 5년 연장 근무제, 주말 다른 병원의 파트타임 근무제 등의 도입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홍 회장은 이와 같은 제언을 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본인의 전문 분야인 국내의 뇌전증 수술 현황을 예로 들며 우리 의료현장이 현재와 같은 큰 혼란을 버틸 수 없다고 우려했다. 지금도 뇌전증 수술은 난이도가 높아서 부산, 광주, 대구 등 비수도권 국립대병원은 물론 2차 병원에서도 전혀 시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한 번에 너무 큰 폭의 증원은 학생, 전공의, 교수들을 공황 상태에 빠지게 하고 있다"면서 "중증 환자들과 의대생, 전공의를 위해서 용기를 내어 중재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현재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을 맡고 있으나, 이번 중재안은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의회의 입장은 아니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오전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중대본 브리핑에서 "정부는 2000명을 (의대 증원의) 전제조건으로 깐 적이 없다"며 "다만 정부는 이에 확고하다고 말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박 차관은 "정부의 이 확고한 믿음과 생각을 뒤집으려면 거기에 상응하는 근거, 과학적, 객관적 근거를 제시를 해야 한다"면서 "다시 말하지만 정부가 2000명은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간 정부는 의대 증원 논의에서 '2000명 규모'는 논의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줄곧 강조해 왔으나, 최근 의료계에 대화를 제안하는 국면에서 이에 대한 혼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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