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투쟁파' 밀어줄까... 회장 선거 앞두고 후보들 공약 주목
빠르면 22일, 늦으면 26일 새 의협회장 확정
의대 증원으로 촉발한 의정갈등이 1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새 수장을 뽑는다. 출마 후보들은 당선 후 조직과 대정부 대응 방안을 재정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의협은 20~22일 사흘간 전자투표 방식으로 제42대 회장 선거를 치른다. 이때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다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25, 26일에 결선투표를 진행해 당선자를 뽑는다.
이번 선거엔 5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각각은 △박명하 서울특별시의사회장 △미래의료포럼 주수호 대표(35대 의협 회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업그레이드의협연구소 박인숙 대표(전 국회의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지부 정운용 대표 등이다.
의대증원이 최대 쟁점...1년 이상 '장기 대치' 국면 전망
이번 선거의 쟁점은 '의협 개혁론'이었다. 하지만,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의정갈등이 심화하며 모든 관심이 의대증원에 몰렸다. 특히, 모든 후보가 이번 사태가 1년 이상 대치 상황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며 향후 의협의 대응방안을 두고 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 중 의대 증원에 찬성 입장인 온건·소수파는 정운용 후보뿐이다. 그러나 정 후보 역시 현재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엔 반대 입장이다. 공공의료 인력 확보 방안이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사람을 살리는 의사의 의술'에 주안점을 둔 장기적인 의료개혁과 의협 위상 제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나머지 네 후보는 의대 증원 저지를 주장하는 강경파로 분류되며 현재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에서도 활동 중이다. 이 중 2선 지역구 국회의원 출신인 박인숙 후보는 '의사 정치력 강화'에 방점을 둔 투쟁 방안을 주장한다. 비교적 온건한 투쟁 방법론이다. 전문 컨설턴트를 고용해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의협을 '재건축' 수준으로 재구축해 국민 신뢰를 얻는 집단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고도 강조한다.
박명하 후보와 주수호 후보, 임현택 후보는 투쟁과 협상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간호법 비대위원장을 역임했던 박명하 후보는 '성과를 내는 투쟁'을 강조한다.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해 의료계와 의협이 단일대오를 이루고 후보 본인이 의협회원들보다 먼저 희생하는 투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주수호 후보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권쟁취투쟁위원회 대변인으로 최일선에서 투쟁한 경험과 제35대 의협 회장 경력 등을 내세워 '강한 리더십'을 강조한다. 의대 증원과 관련해선 정부에 맞서 절대 타협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임현택 후보는 대정부 강경 투쟁을 통해 오히려 의대 정원을 1000명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지고 투쟁을 이끌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5일 의료계 집단행동을 방조·교사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에는 "당선인 신분으로 전국 의사 총파업을 주도하겠다"고 말해 개원의들의 집단 휴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의협의 시스템과 구조 개혁도 약속하고 있다.
연초 설문조사서 임현택-주수호 순...법적 문제도 변수
올 초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실시한 예비후보 선호도 조사에선 임 후보가 43.4%, 주 후보가 21.6%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의협은 의사면허를 취득하면 자동으로 가입되는 법정단체로 현재 신고 회원 수는 약 13만8000명 수준이다.
선거권은 최근 2년간 연회비를 납부한 회원에게 주어져 선거인은 전체 회원의 42%인 5만8000명가량이다. 다만, 실제 선거 참여율은 저조한 편이다. 지난 2021년 선거 당시 유효표는 2만3658표로, 2차 투표 끝에 득표율 52.54%(1만2431표)를 얻은 이필수 전 회장이 당선했다.
한편, 박명하, 주수호, 임현택 등 세 후보는 일부 법적 문제에 얽혀있다. 이들 후보는 이번 사태에서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를 공모·방조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중이다. 주 후보는 2016년 음주운전 사망사고 이력으로 피선거권 논란이 있다. 형 집행 종료 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의협 정관 때문이다. 주 후보는 '정관이 징역형과 집행유예를 구분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법률 검토를 받았다고 해명했으나, 당선 시 선거무효소송 제기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