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의 한숨..."라면·피자·치킨 먹을 수 있나요?"
[김용의 헬스앤]
암은 여전히 무서운 병이다. 과거보다 생존율(5년 상대 생존율)이 향상됐지만 암은 암이다. 무엇보다 ‘암’이란 단어가 주는 정신적 충격이 상당하다.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 지인들도 걱정한다. 초기에 발견해도 독한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메스꺼움, 구토, 식욕 상실, 탈모 등으로 고통받는다. 일부 유방암 환자는 가슴을 절제하기도 한다. 일찍 발견한 암은 만성질환처럼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암은 예후(치료 후 경과)가 좋아도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5년 정도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부작용, 재발 여부, 다른 암 발생 등을 잘 체크해야 한다.
“자식들 다 키워 놓고 이제 한숨 돌리는데”... 중년들 괴롭히는 암
암은 아직도 발생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식습관 문제, 운동 부족 등 잘못된 생활 습관 탓 만은 아니다. 가족력도 없어 처음 암 통보를 받으면 상실감이 엄청나다. “내가 왜?”라며 배신감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화를 벌컥 내기도 한다. 암 환자보다 간병하는 배우자가 더 힘들 수 있다. 대부분의 암들이 40~60대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자식들 다 키워 놓고 이제 한숨 돌릴 시기에 암이 찾아온 것이다. 암은 칼에 베인 상처처럼 금세 드러나지 않는다. 수십 년 간 누적된 위험 요인이 서서히 암세포를 만들어 나타난다.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없어 발견도 어렵다.
“건강할 때 먹던 피자, 라면, 치킨 먹고 싶어요”
암 환자 중 피자, 라면, 치킨 생각이 간절하다는 사람이 있다. 이는 행복한 경우다. 많은 암 환자들이 식욕 부진으로 고생하는데 ‘식탐’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면역력이 약해진 암 환자가 라면 등 대표적인 가공 식품을 먹어도 될까?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암 환자도 치킨, 피자, 라면과 같은 음식을 먹어도 된다. 암 환자는 잘 먹어야 체력을 회복하고 힘든 항암치료를 견딜 수 있다.
피자 생각이 간절하다면 먹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다만 암 환자는 소화 기능이 떨어진 경우가 많다. 이런 음식들은 소화가 어렵고 열량과 염분 함량이 높아 자주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몸에 좋은 건강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음식 선택 기준은 건강한 사람이나 암 환자 모두 같다. 항암 식품으로 알려진 마늘, 양파 등을 먹어도 자연 그대로 조리해서 먹는 것이 좋다. 즙이나 농축하여 먹는 것은 간혹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음식으로 몸속에 남은 미세한 암 세포를 없앨 수 있을까?
수술을 받은 암 환자가 음식을 통해 미세하게 남은 암세포를 없애거나 재발을 억제할 수 있을까?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암을 낫게 해주는 특별한 식품이나 영양소는 없다. 음식으로 미세 잔존암을 없애거나 재발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도움’이 되는 음식은 있다. 암 환자가 치료(수술, 항암제, 방사선치료 등)에 따른 부작용을 잘 극복하게 해주고, 회복을 도와주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이나 암 환자 모두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 잡힌 식사다. 몸에 좋다고 특정 음식만 많이 먹지 말고 여러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 그래야 충분한 열량과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하여 좋은 영양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우리 몸에 필요한 모든 영양소들이 하나의 식품에 들어 있지 않다. 과일과 채소도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 신선한 상태가 좋다.
통곡물만? 소화 안 되면 흰쌀밥... 단백질 보충 위해 고기도 먹어야
흰쌀밥보다 통곡물, 잡곡이 복합 탄수화물, 비타민, 무기질, 섬유소가 많다. 다만 잡곡은 소화가 잘 안 되는 단점이 있다. 이 경우 흰쌀밥을 먹는 게 현명하다. 체력이 약해진 환자는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와 같이 먹으면 흰쌀밥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암 환자는 단백질 보충을 위해 고기도 먹어야 한다. 동물성 단백질이 몸에 잘 흡수되어 효율이 높다. 기름이 적은 부위로 닭고기는 껍질을 제거한 후 먹는다. 튀기는 요리보다는 삶거나 끓이는 요리를 해야 유해 성분을 줄일 수 있다. 소금, 설탕, 염장-훈제식품 등의 섭취는 제한한다.
토마토, 브로콜리, 감귤류, 딸기, 키위 등 항산화 음식의 역할은?
몸에서 일어나는 정상적인 대사과정 중 생성되는 유리기(free radical)라는 물질은 세포 내 DNA, 단백질, 지질 등을 공격하여 손상을 입힌다. 항산화제(antioxidants)는 이런 유리기를 중화시켜 세포 손상을 막아주고 암의 위험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항산화 작용을 하는 성분은 비타민 C, 비타민 E, 베타카로틴, 셀레늄 등이 있다.
이러한 항산화물질은 암 예방 뿐만 아니라 이미 암에 걸린 환자들도 먹는 것이 좋다. 다만 자연 그대로의 채소-과일 속의 비타민이 권장된다. 항산화물질이 풍부한 토마토의 경우 방사선치료 중이거나 이후에도 먹는 것이 좋다. 비타민 C는 브로콜리, 감귤류, 딸기, 키위 등에도 많다. 비타민 E는 아몬드, 호두, 땅콩 등 견과류에 풍부하다. 다만 몸에 좋다고 지나치게 많이 먹거나 즙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먹는 것은 좋지 않다. 항산화물질이 많은 음식을 보충하는 것으로 암의 재발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암 환자가 영양제(보충제) 먹어도 되나?
암 환자는 쉽게 먹을 수 있는 비타민 보충제 복용을 고민하게 된다. 암 치료를 받으면서 비타민제를 함께 복용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을 주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지에 대한 연구결과는 아직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오히려 영양보충제를 통해 비타민을 과다 섭취할 경우 자칫 부작용을 초래, 암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항산화제는 보충제(영양제)가 아닌 채소나 과일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는 건강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일상의 식생활에 문제가 없다면 보충제보다는 평소 식사를 통해 비타민이나 무기질(미네랄) 등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타민 D도 영양제 형태보다는 하루 15분 정도 햇빛을 쬐는 것이 가장 좋다.
매일 다양한 채소-과일을 꾸준히 먹으면 영양제를 따로 먹을 필요가 없다. 다만 요즘 과일 값이 너무 비싸 부담이다. 최고의 건강식 과일이 ‘금 과일’이 된 지 오래다. 조속히 가격이 정상화되어 마음껏 먹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 칼칼한 라면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