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로 현금 부족" 화이자, 소비재 공룡 '헤일리온' 투자금 회수
작년 시젠 인수로 자금난 겪어...헤일리온 주식 6억3천만주 매각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가 세계 최대 컨슈머헬스케어(소비자건강사업) 기업 헤일리온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며 현금 확보에 나섰다.
화이자는 지난해 ADC(항체-약물접합체) 전문개발사인 시젠을 약 430억 달러(57조원) 규모에 인수하며 유동성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번 헤일리온 주식 매각을 통해 3조 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화이자는 공시를 통해 헤일리온 주식 6억3000만 주를 매각하며, 지분 비율을 기존 32%에서 24%로 낮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주식의 가치는 시장가 기준 약 26억 달러(약 3조 4847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헤일리온은 화이자로부터 약 4억1000만 달러(약 5494억원) 상당의 주식을 재매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표는 최대 주주인 GSK가 헤일리온의 지분 상당 부분을 매각한 지 두 달 만에 나왔다. 로이터 등 주요 통신에 따르면, 화이자의 지분 매각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헤일리온은 GSK의 소비자 건강사업 부문이었던 GSK 컨슈머헬스케어가 기업의 전신이다. 이 회사의 작년 글로벌 매출은 총 144억 달러(19조2945억원)로 직전년 대비 4% 증가했다. 회사가 보유한 주요 제품군으로는 '센트룸' 비타민을 비롯해 '애드빌' 진통제, '센소다인' 치약 등이 있다.
2019년 GSK와 화이자는 소비재 분야에 대규모 합작회사 설립을 논의했다. 당시 GSK는 68%의 지분을 확보했으며, 3년 뒤인 2022년 7월 헤일리온을 완전히 분사해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시킴으로써 세계 최대 규모의 소비재 전문 기업으로 등극했다.
이후 GSK는 헤일리온의 지분 비율을 13%로 낮췃으며, 다시 4.2%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지분을 매각했다. 올해 1월엔 헤일리온의 주식 3억 주를 추가로 매각해 약 12억4000만 달러(1조6614억원)의 수익을 챙겼다. GSK와 화이자 모두 이번 주식 매각 이후 최소 60일 동안 헤일리온의 지분을 보유하기로 합의했다.
화이자 데이비드 덴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식 매각에 앞서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헤일리온의 시장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천천히 체계적인 방식으로 지분을 수익화할 계획"이라며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면 시젠 인수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화이자의 주식 매각 소식에 헤일리온의 주가는 2%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