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의대 교수들의 대국민 사과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라디오서 재차 호소
"국민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먼저, 의료 이용에 불편 끼쳐 대단히 죄송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병원까지 가는 길이 참으로 멉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혹은 아픈 가족을 동행하여 겨우 진료를 받으러 오셨는데, 이번 사태로 인하여 진료에 차질이 빚어짐은 물론 불안한 마음으로 사태의 향방을 지켜보게 만든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의대 2000명 증원으로 의정갈등이 심화한 가운데, 의대 교수들의 대국민 사과가 나왔다. 사태가 이렇게 악화하기 전까지 올바른 역할에 대한 자성이 부족했다면서 의대 교수의 자발적 사직의 진정성을 호소한 것이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방재승 비상대책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은 18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와 같은 내용으로 대국민 사과를 전했다.
방 교수는 "국민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무엇보다 환자분들에게 사과드립니다"라면서 "현 사태에서 책임 있는 당사자임에도 치열한 반성 없이 중재자 역할을 하려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환자분들이 왜곡된 의료 환경에서 겪는 고충에 대해 소통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면서 "그간 의사들은 왜곡된 의료 환경에도 세계 제일이라 평가받는 한국 의료를 위해, 우리 의사들이 희생한 부분만을 생각했다"고 반성했다. 이어 그는 "의사를 보기 위해 먼 길을 오셔서 고작 3분에 불과한 진료를 받는데도 (의사들은) 제 환자한테만 진심이면 되고 시스템은 내 영역 밖이라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방 교수는 비대위를 대표해 전공의들에게도 먼저 사과하며 사태 해결을 위해 협력할 것을 부탁했다.
방 교수는 "(전공의들이) 사직이라는 선택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점에 대해 스승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게 했다"면서 "저 역시 그러한 환경에서 배웠기에,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제대로 가지지 못하고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넘어갔다"고 호소했다.
특히, 방 교수는 최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회와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원회의 사태 중재 노력에도 이어진 국민의 분노에 대해 공감하며 진정성 있는 소통을 약속하고 국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방 교수는 "2000명 증원이라는 비합리적인 결정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당연히 저희(의대 교수)의 목소리를 들어 주시고 지지를 해주실 거라고 믿었다"면서 "매일 신문, TV, 유튜브 댓글 등에서 국민 여러분의 크나큰 분노를 느끼며 처음에는 당황했고 또 자괴감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방 교수는 "(의대 교수들이) 국민 없이는 저희 의사도 없다는 걸 잊었다"면서 "이제 국민 여러분의 고충과 어떠한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를 듣겠다"고 약속했다.
아래는 이날 방송에서 전달한 사과문 전문이다.
오늘 저에게 15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질문지를 미리 주셨기 때문에 답을 제가 준비해서 왔는데요. 하지만 이것과 좀 다른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먼저, 의료 이용에 불편 끼쳐 대단히 죄송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병원까지 가는 길이 참으로 멉니다. 저는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2021년 기준 하루 평균 칠천 명의 외래 환자 중 삼십 퍼센트가 지방에서 서울로 진료를 보러 오셨다고 합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혹은 아픈 가족을 동행하여 겨우 진료를 받으러 오셨는데, 이번 사태로 인하여 진료에 차질이 빚어짐은 물론 불안한 마음으로 사태의 향방을 지켜보게 만든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전공의 여러분께도 사과를 드립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게 한 것. 저 역시 그러한 환경에서 배웠기에,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제대로 가지지 못했고, “(인력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다.”라는 말로 넘어간 것. 특히, 사직이라는 선택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소통을 해주지 못한 점에 대해 스승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무엇보다 환자분들에게 사과드립니다. 그간 의사들은 왜곡된 의료 환경에도 세계 제일이라 평가받는 한국 의료를 위해, 우리 의사들이 희생한 부분만을 생각했고, 환자분들이 이러한 왜곡된 의료 환경에서 겪는 고충에 대해 소통할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의사를 보기 위해 먼 길을 오셔서 고작 3분에 불과한 진료를 받으시는데도, 제 환자한테만 진심이면 되고, 시스템은 내 영역 밖이라는 태도로 일관했고, 책임이 있는 현 사태의 당사자임에도 치열한 반성 없이 중재자 역할을 하려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이렇게 사과를 드리게 된 까닭은 다음과 같습니다. 최근 부족한 저를 서울의대 비상대책위원회의 장으로 뽑아 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어떠한 소통 없이 통보 형태로 이천 명이라는 인원을 증원하겠다는 비합리적인 결정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당연히 저희의 목소리를 들어 주시고 지지를 해주실 거라고 말입니다.
아니었습니다. 매일 신문, TV, 유튜브 댓글 등에서 국민 여러분의 크나큰 분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당황했고 또 자괴감도 느꼈습니다. 하지만 요 며칠 새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고 답을 얻었습니다. 기형적인 의료 환경의 작은 희생자이자 어쩌면 방관자인 저희의 자기연민으로, 가장 큰 희생자인 국민의 아픔을 저희가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희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국민 없이는 저희 의사도 없다는 걸 잊었습니다. 저는 이제 국민 여러분과 그간 미흡했던 소통을 하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고충과 어떠한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를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