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장만 잘 봐도…고독사 보인다”
[박효순의 건강직설]
"가급적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게 신발장(신발 놓는 곳)이나 대문이나 현관 같은 곳만 비춰도 ‘고독사’를 일찍 발견하고, 뜻하지 않은 사고 예방과 빠른 대처에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충북 진천군 동주원마을의 전강우 이장(67)은 마을 토박이 중에는 거의 ‘주니어급’으로, 2017년부터 이장을 맡고 있다. 동네 어르신들의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건강 문제에 대한 대비책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그는 마을에 응급연락망을 갖추는 한편으로 외진 곳에 홀로 거주하는 어르신을 위한 폐쇄회로(CCTV) 설치를 추가로 계획하고 있다. 소를 키우면서 얻은 아이디어다. 외부에서 스마트폰으로 축사와 주변을 살펴볼 수 있는 시스템을 어르신 안전 및 건강 대비책에 적용하는 것이다.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 이미 설치된 장비로 CCTV 화면을 확인해서 신발의 변화가 오랫동안 없거나 현관이나 대문이 항상 그대로 있으면 전화를 걸어보고, 전화를 안 받으면 무슨 일이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급히 방문해 볼 수 있겠지요." (전강우 이장)
고독사는 고령사회의 어두운 그늘 중 하나다. 주변 사람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고독사라고 한다. 고독사 후 짧게는 며칠, 길게는 2∼3주 이상 시신이 방치되어서 부패 단계에서 발견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를 보면, 2017년 2412명이던 고독사 사망자 숫자는 2021년 3378명으로, 5년 사이 연평균 8.8%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전체 사망자 100명 가운데 약 1명이 고독사를 당하는 셈이다.
고독사는 다양한 형태의 1인 가구에서 일어날 수 있다. 독거노인, 기러기 아빠뿐 아니라 홀로 따로 사는 젊은 층에서도 과로와 스트레스 끝에 고독사가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행정안전부의 ‘2023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인 가구는 972만 4256가구(전체의 41%), 1000만 가구 돌파를 눈앞에 뒀다. 1인 가구 증가는 필연적으로 전통적 가족 돌봄 기능의 약화를 초래한다.
최근 이러한 고독사 예방과 조기 발견에 정보통신기술(ICT)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농민신문’ 보도에 따르면, 경북 안동시는 돌봄이 필요한 60세 이상 어르신이나 장애인 등 1인 가구 10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 ‘인공지능(AI) 스피커 취약계층 돌봄 사업’을 시작했다. 취약계층 집에 설치된 스피커가 ‘살려줘’ ‘도와줘’ 같은 음성을 자동으로 인식해 위급상황임을 119안전신고센터와 사설 경비업체(KT텔레캅)에 알리면 즉시 출동하는 365일 24시간 비대면 돌봄서비스다.
경기 용인시는 지난해 7월부터 고립 위험이 큰 1인 가구를 대상으로 ‘AI 안부 든든’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서비스는 휴대전화나 전화기·전기밥솥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통신기기나 전자제품의 전기 사용량에 이상이 감지되면 대상자의 안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전남 나주시는 지난해 12월 지역 홀몸 어르신 등 100명에게 ‘스마트워치’를 나눠줬다. 한양대학교 생존신호정보연구센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개발한 스마트워치는 홀몸 어르신의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위험한 상황을 사전에 인지하도록 돕는다.
강원 춘천시는 휴대전화 조작을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구조 문자를 전송해 주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휴대전화 화면을 누르거나 버튼을 조작하는 등의 활동이 6시간가량 없으면 ‘미사용’ 문구와 함께 대상자의 위치가 애플리케이션(앱)에 등록된 보호자에게 전송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러한 고독사 예방 사업을 통해 전체 사망자 100명당 고독사 수를 2021년 1.06명에서 2027년 0.85명으로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 사회적으로 출생률은 확 올라가고 고독사는 확 줄어드는 날이 앞당기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보건복지 행정이 ‘디테일’하게(세세하고 꼼꼼하게) 돌아가고 예산 또한 효율적인 배분이 필요한 시점이다. ‘생거진천’ 동주원마을 전강우 이장의 구상이 잘 실현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