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고래가 폐경 하는 이유...“번식 대신 자손 돌보며 수명 연장”

딸이나 손녀와의 경쟁 피하면서 후손 세대 생존 도와

물 위로 뛰어오른 범고래
범고래를 비롯한 이빨고래 5종은 인간처럼 폐경기를 겪는데 이는 수명을 늘리기 위한 진화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포유류 중에서 인간 외에 고래 5종, 침팬지 일부 종만이 폐경기를 겪는 이유는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영국 엑서터대 연구팀이 이제 그 답을 내놨다.

그것은 종의 생존에 관한 것이다. 암컷이 새끼를 낳을 수 있는 번식 기간은 늘리지 않으면서 총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방식으로 폐경이 진화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는 이빨고래류에서 폐경이 암컷이 번식 기능을 계속 유지할 경우 불가피해지는 딸이나 손녀와의 짝짓기 경쟁을 피하면서 후손 세대의 생존을 돕기 위해 진화한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고래 중 폐경을 경험하는 것은 5종의 이빨고래 종(들쇠고래, 흑범고래, 범고래, 일각돌고래, 벨루가고래)인데 이 5종의 이빨고래 암컷은 비슷한 크기의 다른 암컷 고래보다 약 40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번식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더 오래 살면 자녀와 손주를 도울 시간이 더 많아진다”며 “그리고 엄마와 딸이 동시에 아기를 낳고 키우는 시간을 연장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샘 엘리스 박사(심리학)는 “진화 과정은 동물이 자기 유전자를 미래 세대에 많이 전달할 수 있는 형질과 행동을 선호한다”며 “암컷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평생 번식을 하는 것이며 그것이 거의 모든 동물 종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런 관계에서 보면 수명이 수십 년 동안 남아 있는 포유류 암컷에서 폐경은 보편적인 진화 원칙에서 벗어난 현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고 과학자들은 지적한다.

5000여 종의 포유류 중 폐경 후 연장된 수명을 사는 것은 인간과 이빨고래류 5종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최근 ≪사이언스(Science)≫ 저널에는 우간다의 일부 야생 침팬지들도 50년 이상 살며 폐경을 경험한다는 연구 보고가 실렸다.

엘리스 박사는 “이빨고래 5종은 비슷한 크기의 다른 고래 종의 암컷보다 오래 살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같은 종의 수컷보다 더 오래 산다”고 말했다. 예로써 암컷 범고래는 80대까지 사는 반면 수컷 범고래는 일반적으로 40세에 죽는다.

엑서터대 행동생태학 교수 겸 미국 워싱턴주 고래연구센터 전무이사인 대런 크로프트 박사는 “폐경의 진화와 긴 생식 후 생명 연장은 매우 구체적인 상황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첫째 암컷이 자녀와 손주와 밀접하게 접촉하면서 일생을 보내는 사회 구조를 가져야 하며 둘째는 암컷이 가족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도울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암컷 이빨고래는 먹이를 나누고 그들의 지식을 이용해 먹이가 부족할 때 먹이를 찾도록 안내하는 것을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빨고래 암컷에서 폐경은 번식 기간은 늘리지 않으면서 수명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며 “폐경은 번식 기간이 딸이나 손녀와 겹치지 않게 하면서 자녀 및 손주와 함께 살며 도울 수 있는 기간을 늘려준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The evolution of menopause in toothed whales)는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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