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0% 동의해도 질병 인정 못 받는 비만?
男 절반 비만, 사회적 손실도 15조...비만 치료 제도화 시급
비만의 질병 인정과 치료 제도화(건강보험 급여)를 요청하는 의학계 목소리가 높다. 국내 남성 2명 중 1명이 비만일 정도로 비만 인구가 늘어나며 비만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경제적 손실도 15조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8일 대한비만학회는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해 비만 치료 급여화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행사에는 대한비만학회 김성래 회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대한비만학회 박철영 이사장 △건보공단 이선미 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女 고도 비만 10년 새 3.5배 증가..."비만 치료 급여 목록 확대해야"
발제자로 나선 의정부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허연 교수는 '비만학회 팩트시트'를 기반으로 한 10년간의 비만유병률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남성 비만 유병률은 2012년 37.3%에 비해 2021년 49.2%로 1.3배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성도 23.4%에서 27.8%로 1.18배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심각한 체질량지수 35이상의 3단계비만(고도비만)에 해당하는 수치는 남녀 모두 3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남성은 3단계 비만율은 2012년 0.38%에서 2021년 1.09로 2.9배 증가했다. 이어 여성은 같은 기간 0.35%에서 1.21%로 3.5배 증가했다.
현재 비만 치료 중 유일하게 비만대사수술만 급여화 돼있다. 다만, 수술과 관련된 입원비, 검사비 등은 비급여돼 경제적 문제로 지속 건강 관리를 어렵게 한다고 호소했다. 허 교수는 "비만대사수술 후 1년 뒤에는 체중이 35% 감소되지만, 7년째에는 오히려 체중이 증가했다"며 "수술 외 부분은 비급여 돼있어 환자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결국 체중감량 실패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비만은 보건의료 시스템 하 지속적, 체계적 치료와 돌봄이 필요하다"며 "국가 차원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비만, 사회경제적 손실액 15조원...10명 중 8명 비만 치료 급여화 찬성
다음 발제를 진행한 이선미 건보공단 건강관리연구센터장은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액이 연간 15조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연간 15조6400억원에 해당하며 흡연(11조원)과 음주(14조원)보다 크다"며 "(15조원 중) 특히 의료비가 절반을 차지하고 연평균 7%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민을 상대로 진행한 비만에 대한 질병인식, 급여화 방안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참여 국민 82.8%가 '비만은 질병'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 이유로 △유전 등 선천적 요인 △사회의 잘못된 식습관 유도 △비만은 합병증을 유발 등을 꼽았다.
이어 같은 비율로 비만치료에 대한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향후 진료비 지출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교육·소득 수준 낮을 수록 비만율↑..."건강형평성 높여야"
교육수준과 소득수준 낮을 수록 비만율이 높아, 건강 불형평성이 높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의정부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김원석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하위소득 분위인 1사분위의 경우 비만율이 34.4%로 소득이 가장 높은 4사분위(29.2%)보다 1.18배 높았다. 교육 수준별로는 초졸 이하 그룹이 45.6%로 대졸그룹 29.5%보다 1.5배 이상 컸다.
김 교수는 "비만에 대해 건강영향 평가나 사회경제적 여건이 반영된 건강보험 급여 확대 정책 추진을 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사회경제적 위치가 낮은 집단에 대한 적극적 의료접근도 향상 정책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건강불형평과 관련해 '일차 보건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차의료란 사람들이 일상 생활속 가장 먼저 접하는 의료를 말한다. 그는 "일차의료는 나라의 보건의료 시스템이 중심 역할을 한다"며 "건강 증진 프로그램의 적극적인 시행을 통해 비만에 대한 건강 형평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