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 타는 한의사 "선율로 위로 전해요"
심포니한의원 박신엽 원장 경연대회서 1위 올라
"사실 악기를 연주하다 보면 몸 여기저기가 아프죠. 하지만, 음악은 그걸 넘어서는 정신적 즐거움이 있는 것 같아요."
서울시 삼성동에 있는 심포니한의원의 박신엽(52) 원장은 해금을 타는 한의사다. 음악을 좋아해 취미로 배웠는데 어느새 전문가 수준으로 실력이 올랐다. 그리고 최근엔 해금 뮤지션 경연대회에서 1위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박 원장이 해금을 처음 만난 건 2010년 무렵이다. 경희대학교 평생교육원에 개설된 '한방음악치유' 수업에서 들었던 아련한 선율에 마음을 빼앗겼다. 2개의 선으로 이뤄진 단출한 이 악기는 이후 10년 넘는 세월 동안 박 원장과 연을 맺었다.
마음이 힘들었던 시기, 박 원장에게 해금은 시름을 날려줄 돌파구가 되기도 했다. 중간에 연주를 잠깐 쉴 때도 있었지만,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지난 3년간 박 원장은 적어도 매주 1번은 해금과 함께 했다. 쌓인 시간은 실하게 영근 열매로 돌아왔다.
지난달 24일 이담문화예술재단과 해금연구소 무궁이 함께 주최한 해금 뮤지션 오디션 프로젝트 FUN 시즌2 본선 경연에서 아마추어 부문 1등을 차지한 것. 이날 박 원장은 산조와 대중가수 박남정 씨의 '널 그리며' 2곡을 골랐다. 가장 전통적인 곡과 대중곡을 섞은 것이다.
"주류는 아니고 제도권에서 좀 소외됐다는 점에서 (웃음) 국악과 한의학은 좀 닮은 것 같아요. 해금의 다양한 측면을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곡을 골랐습니다. 산조로 전통적인 해금의 소리와 감동을 알리고 싶었고, 해금이 구슬프기만 한 악기는 아니라는 점을 알리고 싶어 댄스곡인 '널 그리며'를 넣었어요."
어린 시절부터 악기에 관심을 가졌던 박 원장에게 음악은 진료실 밖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창이 된다.
"악기는 말이 아닌 선율로 마음을 표현하게 해주죠. 그 순간이 정말 감동적인 것 같아요. 위로가 되고요. 이 감동이 제 자신을 넘어 관객에게 전달될 때 더없이 기뻐요. 이번 경연 뒤에도 산조곡을 듣고 가슴에 와 닿았다고 말씀하신 분들이 있었어요. 그런 말들이 저에겐 정말 큰 의미에요."
박 원장은 대회 전 40일 동안 매일 맹연습을 했다. 저녁 6시 병원 문을 닫은 뒤에는 1시간 넘게 연주에 매달렸다. 손목 통증이 심해져 한의사인 남편에게 침을 맞으면서도 강행군을 멈추지 않았다.
"사실 악기 연주가 몸에 그렇게 좋지는 않아요(웃음). 연습을 오래하려면 자세도 오랫동안 고정돼 있어야 하고, 손목이 아프기도 하죠. 아마 악기를 오래 연주하시는 분들은 아실 거에요. 다만, 음악은 그걸 뛰어넘는 정신적인 즐거움이 있죠. 저도 음악으로 힘든 시기를 넘겼고요."
박 원장은 "적지 않은 나이에 경연에 나간다는 것은 엄청난 결심과 용기였던 것 같다"면서 "이번 1위는 그런 도전에 대한 보답 같아서 더욱 기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