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매독 성병 느는데... '이 약' 먹었더니 절반 감소
독시사이클린 복용한 동성애, 양성애 남성, 트랜스젠더 여성에게 효과
성소수자들의 성병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게 성관계 후 항생제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을 복용하게 했더니 성병 발병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4일(현지시간) 미국 덴버에서 열린 ‘레트로바이러스 및 기회감염 학술회의(Conference on Retroviruses and Opportunistic Infections)’에서 소개된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중보건국 연구진의 발표문을 토대로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내용이다.
샌프란시스코 공중보건국은 2022년 11월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성 매개 감염 이력이 있거나 여러 명의 파트너가 있는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남성, 트랜스젠더 여성에게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100㎎짜리 독시사이클린을 두 알씩 복용케 하는 ‘독시-PEP’ 정책을 시범 실시했다. 독시-PEP는 독시사이클린 노출후예방(doxycycline post-exposure prophylaxis)의 약자다.
연구진은 도입되기 전과 후의 클라미디아(클라미디아 트라코마티스라는 박테리아에 의해 전파되는 성병으로 임질과 증상이 비슷하다), 임질 및 초기 매독의 월별 비율을 추적했다. 또 이 수치를 타고난 생물학적 성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시스젠더 여성의 성병 감염률과 비교했다. 13개월 동안 도시 전역에서 임질을 제외하고 클라미디아와 초기 매독의 신규 발병 건수는 예상 수치에 비해 50% 감소했다. 안타깝게도 시스젠더 여성들 사이에서는 클라미디아 사례가 꾸준히 증가했다.
샌프란시스코 공중보건국의 하이먼 스콧 의학국장은 “미묘한 수준이 아니라 매우 빠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면서 “우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발표문을 검토한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의 박이나 교수(성병 전문)는 “독시(doxy)-PEP가 인구 수준에서 성병 감소를 가져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게 하는 연구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때 미국에서 거의 박멸됐던 매독이 지난 1월 1950년 이후 가장 높은 신규 감염률을 기록했다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보고했다. 매독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심장과 뇌가 손상되고 실명, 청각 장애, 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 한편 클라미디아 감염률은 2022년 전국적으로 정체됐지만, 여전히 170만 건에 가까운 사례가 발생했다.
그러나 CDC 산하 국립 HIV, 바이러스성간염, 성병 및 결핵 예방센터의 조나단 머민 소장은 “미국에서 성병의 대부분은 시스젠더 여성에게서 발생한다”며 “독시-PEP가 시스젠더 여성에게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가능한 한 빨리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DC는 지난 10월 독시-PEP에 대한 지침 초안을 발표한 뒤 앞으로 몇 달 안에 최종 권고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그는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공중보건국은 이미 이 기관의 지침 초안이 발표되기 1년 전부터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남성, 트랜스젠더 여성에게 독시-PEP를 권고하기 시작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발표한 샌프란시스코 공중보건국의 전염병학자 매들린 산카란 연구원은 “독시-PEP가 권장되지 않는 다른 집단, 특히 시스젠더 여성에게서 성병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권장집단의 경우엔 클라미디아와 초기 매독 사례의 감소가 독시-PEP 전략과 관련있다는 결론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해당 발표문은 다음 링크(https://www.croiconference.org/wp-content/uploads/sites/2/resources/2024/media/croi2024-media-monday-abstracts.pdf)에서 확인할 수 있다.